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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네 시

KNACKHEE 2017. 6. 9. 01:20

 

*

 

오늘도 난 적당히 살아가 발 맞춰 적당히 닳아가 태양은 숨이 막히고 세상은 날 발가벗겨 놔 난 어쩔 수 없이 별수 없이 달빛 아래 흩어진 나를 줍고 있어 I call you moon child 우린 달의 아이 새벽의 찬 숨을 쉬네 Yes we're livin and dyin at the same time but 지금은 눈 떠도 돼 그 어느 영화처럼 그 대사처럼 달빛 속에선 온 세상이 푸르니까

_

 

퇴근을 하고 지윤 아버님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쉐어하우스로 돌아오는 길. 신촌-이태원-강남을 한 시간여에 걸쳐 통과하는 버스 안에서 나의 /얄팍한 마음/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래서 어지러운 마음에 네 시의 감성이 끼얹어졌다. 생활,의 마음은 나날이 얄팍해지는데 아이들에 대한 마음은 나날이 커진다. 그리고 얘들아. 달을 건드리면 누나는 잠을 잘 수가 없어, ;_ ;

 

 

 

* _ 170607

 

Q. 왜 퇴근 안 해요?

A. 할 일이 좀 남아서요.

Q. 내일 해! 내가 말해줄게! 내일 해!

A. 오늘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라서요! ㅎㅎ

 

이 팩트 덩어리인 대화가 뭐가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일이 좋아서 남아 있는 거라고 했어야 되는 거래서 할 말을 잃었다. 덕분에 11시에 퇴근해 놓고 가는 길에 그녀가 한 시간이 넘게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바람에  쉐어하우스에도 못 들어가고 길거리를 방황해야 했다. 누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허구한 날 일이 좋아서 양말 신듯이 야근을 하지? 알 수 없음이다.

 

 

 

* _ 170606

 

 

지난 만남에서부터 일 년이 되기 전에 겨우 박영아 씨를 만났다. 날씨를 예상하지 못하고 한강변을 산책할 요량으로 망원에서 만났는데 비가 내렸다. 그래도 걸어보겠다고 빗속을 뚫고 한강까지 갔지만 얼마 걷지 못하고 산책을 포기했다. 가는 날이 장날. 반지하라 사람들과 자꾸 눈이 마주치는 음식점에서 맛있는 감바스를 먹고 지난번 기억이 좋았던 우아하게에 다시 가서 에그 커피를 마셨다. 카페 인테리어가 예스럽고 촌스러운데다 가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어서 마치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박영아 씨가 카페도, 에그 커피도 마음에 들어 해 줘서 기뻤다. 그리고는 올해 가장 먼저 박영아 씨에게 생일 선물을 받았다. 박영아 씨는 색이 고운 틴트를 선물해줬다. 취준으로 마음이 바쁜 시기에 시간을 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같이 걸어주고 선물까지 주는 바람에 나는 기쁘면서도 미안했다. 다음 만남엔 둘 다 여유가 있는 상태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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