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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오월의 마지막 날

KNACKHEE 2018. 5. 3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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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how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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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가 화두였던 적이 있다. 지표가 필요했으니까. 이런 삶을 착실하게 살아내면 저런 미래가 있을 수 있구나. 마음을 이렇게 갈고닦으면 저런 인품을 가질 수 있구나. 저렇게 빛나는 사람들도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왔으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을 할 수 있는 거구나! 하지만 '멘토'라고 불리던 꽤 많은 이들은 착실히 '멘티'들의 희망을 갉아먹었다. '멘토'들은 '멘티'의 삶엔 별 관심이 없었고 자신의 알량한 성공 신화에 도취되거나 더 큰 욕망에 잠식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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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부터 아이들은 <화양연화>란 세계관으로 앨범을 내기 시작했다. 그속에서 '지금의 우리'를 이야기했다. 얼마나 초라하고 궁핍했는지. 얼마나 혼란스럽고 불안한지. 그래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하지만 얼마나, 우리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즐거운지. 해를 거듭하며 낸 여러 장의 앨범에서 아이들은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현재를 소외시키지 않았고 과거를 곱씹지만 과거에 발목잡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너와 나의 '유대'와 '연대'에 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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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쟤네가 왜? 하고 들려오는 물음들을 곱씹었다. 소위 청춘으로 대변되는 시기의 사람들이 더는 '어른'에 기대지 않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옆에 있는 이 애잔한 인간들과 함께 나아가 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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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팀장을 서포트하며 팔자에 없던 행정 업무를 하게 됐는데 숫자와 엑셀의 조합은 매번 돌아버릴 것 같다. 4월 방영분에 대한 출연료가 5월 말에 지급돼야 하는데 우리팀에서 1차로 정리를 해서 프로덕션 쪽에 컨펌을 받는다. 5월 초중순에 1차 정리를 해서 팀장에게 줬다. 사실 내가 재촉해서 덕션 쪽 컨펌 파일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귀찮아서 주겠거니 하고 기다린 게 화근이었다. 닥쳐서 하게 됐고 달라진 금액이 있어서 그걸 맞추느라 야근을 했다. 어찌저찌 맞춰서 개인 정산용 자료와 함께 F팀에 넘겼더니 F팀에서 기업용 세금계산서도 내놓으라고 했다. 지난번에 그 일은 팀장이 담당해서 했기에 이번에도 그러겠거니 하고 세금계산서 발행을 물었더니 일부는 왔을 거고 일부 안 온 건 내가 연락을 해서 받으라고 했다. 왜 아직도 그걸 안 받아놨느냐는 투로. 나는 조금 억울했지만 어떡해 뭐, 해야지. 그리고 아무래도 이 일로 팀장은 내게 삔또가 상한 것 같았다. 처음부터 덕션 컨펌 자료고 세금계산서 문제고 내가 일일이 다 확인하고 역할 분배를 확실히 하고 갔으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던 내 잘못도 있지만, 애초에 그걸 명확히 정리하지 않은 팀장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 파일 받으면 자기가 할 것도 아니면서 나한테 바로 안 주지? 암묵적으로 개인에겐 내가, 타 회사엔 팀장이 하기로 돼 있는 역할분배를 왜 지켜주지 않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은 각자 생각하는 소속과 일의 순위가 달라서 그런 것 같다는 결론이다. 이 팀장에겐 원래 소속이던 C 팀의 일이 더 중요한 거고, 나는 지금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원래 내 팀인 P팀의 일이 더 중요한 거고. 서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는 거고. 근데 그 덕분에 나는 직장을 그만두게 생겼다. 이미 우리 디자이너들은 직장을 잃었고. 물론 나는 이 팀장의 귀여움과 일부 업무 능력을 좋아하지만, 어쨌든 자기가 맡겠다고 한 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었던 건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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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한번 유튭 레드를 썼더니 이전으로 돌이키기가 어렵다며 아무래도 정기 결제를 해야 할 것 다는 귀야운 W님에게 /ㅋㅋㅋ 인생 뭐 있어여 ㅋㅋㅋ 걍 하고싶은 거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 하다 가면 되지 ㅋㅋㅋ/ 해 놓고 나는 출근하자마자 핸드폰 주문했다. 사실 요며칠 핸드폰이 자꾸 렉이 걸리고 음악이 끊겨서 그 상태로 티케팅 할 생각을 하니 아득해져가지고,...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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