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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20180825-26_이번 여름, 가장 좋았던 것

KNACKHEE 2018. 8. 26. 21:48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IN SEOUL

 

 

 

정신승리가 아니고. 시야가 트여 있어 3층을 잡고 우울해 했던 게 무색할 만큼 무대가 잘 보였다. (물론 무대가 잘 보이는 것과 애들 얼굴이 잘 보이는 건 별개의 문제다. 일단 거리가, ... 쩜쩜.) 심지어 문자 그대로 3층의 제일 끝 자리인 데다 열의 끝 자리라 스탠딩으로 즐기는 스테이지가 이어질 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첫날은 3층 오른쪽 끝 구역, 마지막 날은 1층 왼쪽 끝 구역이라 양날 잘 보이지 않던 스크린의 밸런스를 맞춰볼 수 있었고 1층의 앞 열이라 애들이 토롯코를 타고 돌 때는 정말 사람 크기 만한 애들을 봤다. 애들 격한 안무가 많은데 혹여 빗물에 미끄러지기라도 할까 마지막 날 비 소식에 적잖이 걱정했는데 말도 안 되게 콘서트 시작 1시간 전에 비가 그쳤다. 그러고는 콘서트가 끝나고 조금 후에 다시 비가 쏟아졌지. 역시, 하늘이 돕는 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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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을 초반에 연달아 해서 얼이 빠져 있었다. IDOL 무대가 오프닝이었는데 너무 휙 지나간 느낌이라 첫날은 콘서트 보는 내내 아니 그런데 IDOL은 언제 보여주려고 아직도 안 하지? 하고 생각했다. I'm Fine 도입부에 호석이인지 남준이인지가 태형이를 밑에서 받쳐주는 안무가 있는데 I NEED U에서도 FAKE LOVE에서도 받쳐주는 역할만 하던 태형이가 드디어! 하는 마음에 괜히 웃음이 났다. 그런데 마지막 날 다시 보니 태형이를 받쳐주는 건 호석이와 윤기였다. 아니 미늉기 팔 힘 그렇게 세다고?! 태형이 거의 발 동동 하면서 떠 있던데? 하면서 최애한테 또 한번 치이고, ... 낄낄.

 

후반부에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매직숍이 네 번째 무대로 나와서 당황스러웠지만 이 노래라면 언제든 코찡, 할 준비가 돼 있어서 역시 눈물이 차올랐다. '그런데 말야 돌이켜 보니 사실은 말야 나' 하는 부분의 미늉기 랩을 라이브로 듣다니. 이 부분은 들을 때마다 새롭게 좋다. 매직숍 초반, 남준의 '내가 뭐랬어' 부분부터는 항상 울컥한다.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할 수 있을 거란 희망 내지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건데, 들을 때마다 희망과 믿음의 차이에 대해 생각한다.

 

이번 공연은 영상과 무대 흐름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중간 중간의 단체 무대를 제외하면 세 파트, 일곱 플롯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첫 콘서트로 갔던 게 작년 2월 윙즈콘이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무대 연출이 정말 적당한 지점을 찾은 것 같고 특히 현장 영상이 무대 분위기를 더하는 역할도 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너무 그 지점에 충실해서 무대 코앞자리가 아닌 대부분의 아미들에게 무대의 본연, 그러니까 애들 얼굴이나 동작을 잘 '보이게' 전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역할을 일부 못한 게 있어 좀 아쉬웠다.

 

무대 위의 호석이는 언제나 프로,의 느낌.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무대를 보여준다. 요즘 보면 호석이가 제일 마이웨이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가 해야 할 양을 알고 자신이 정한 일정한 루틴을 지키며 잔가지들을 부드럽게 쳐낼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면서 무대 위에서 멘트를 칠 땐 또 얼마나 꿀이 떨어지는지! 정국이 유포리아는 기대만큼 청량했고 흰 망토를 두르고 나와 바다의 왕자님 같았다. 처음엔 셔츠가 약간 시스루라 렛고 시스루 반응에 대한 피드백인가, 열일하네, 했는데 뒤로 도니까 망토도 시스루라 셔츠가 너무 잘 보여서 으와-!!!

 

내 세렌디피티는 아주 순수하고 몽환적인 어린왕자 느낌의 곡이었는데 무대 위 지민의 춤과 표정이 더해지니 아주 야해졌다. 그래서 이 무대가 좀 혼란스러웠는데 막콘 끝나고 덕메랑 피자를 먹으면서 기존 버전에 풀버전 가사까지 같이 보고 나니 원래 야한 노래였더라고. 우리는 순수한 분위기의 뮤비에 속았던 거다. 왜 뮤비의 배경이 침대 위인지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개인 무대 의상을 통틀어 남준이 러브 무대 의상이 제일 예뻤다. 롱 로브 재킷은 언제나 취저. 그걸 김남준이 하늘에 닿아 있는 기럭지와 대단한 비율로 소화하니 예쁠 수밖에. 첫날은 노래 자체는 큰 감흥이 없고 아미밤이 청록색으로 변해 청량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줘서 와- 한 게 전부였는데, 아니 노래가 중독성이 대단하더라고. 막콘 가는 길 내내 흥얼거리다 무대할 때 어젯밤 남준의 공카 글 하나에 급 정해진 응원법을 따라 열심히 놀았다.

 

지난 스티그마 무대 이후로 태형이의 무대는 이 아이의 감정 연기를 기대하게 된다. 어둠이 막 깔린 여름밤의 싱귤러리티 무대에서 아이는 목소리로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얼굴로는 그곳을 가득 채우는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무대가 넓어진 만큼 애들이 팬들을 배려해 무대 곳곳으로 흩어져 엄청 뛰어다니는 게 보여 괜히 찡했다. 첫날 메들리 셋리스트에 상남자랑 댄저가 있어서 너무 신났다! 그런데 사실 첫날 타이틀 메들리 때는 급 현타가 와서 쟤들 저렇게 반짝반짝한데 나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하, 이번 콘서트가 마지막일까, ...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 미늉기 솔로 무대가 다 뒤집어놨지 뭐. 글렀어. 난 땡이야, 땡. 마지막 날은 메들리 셋리스트가 작정하고 노는 곡으로 싹 바뀌었더라고. 흥탄-진격의 방탄-불타-뱁새-쩔어, 라니! 올콘 못했으면 억울해서 기절할 뻔했다. 날이 선선했는데 땀 나도록 뛰고 소리 질렀다. 끝나고 목이 쉬어버림. 아니 무대를 한 건 애들인데 왜 내가 힘들고 내 목이 쉬었는지, ... 낄낄. 삼미밤 색 변하는 게 진짜 장관이었는데 첫날은 HAPPY JK DAY가 연출됐고 정국이가 자기 정말 오늘이 생일인 줄도 몰랐다고 진지하게 말해서 너무 귀여웠다 ㅠㅠㅠ 팬들 다 속으로 당연하지, 오늘이 아니니까- ㅠㅠㅠㅋㅋㅋ 하고 생각하면서 웃었는데 멤버들이 그 멘트를 쳐줘서 더 귀엽 ㅠㅠㅠ 흑흑.

 

민윤기 시소는 말해 뭐해 ㅠㅠ 미늉기 ㅠㅠ 아니 박살난 어깨를 잡고 분노에 차서 랩으로 무대를 씹어먹던 미늉기가 소파에 드러누워 랩을 시작하더니 이내 노래를 하면서 춤을 췄다. 아니 미늉기가요 ㅠㅠㅠ 미늉기가 노래하면서 춤을 춘다고요 ㅠㅠㅠ 나 죽어 ㅠㅠㅠ 슈왜노잘? 슈왜춤잘? 슈왜얼잘? ㅠㅠㅠ 미늉기 ㅠㅠㅠ 징챠 ㅠㅠㅠ 피아노 치며 노래했던 석진이의 에피파니 무대는 마치 솔로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가 끝난 듯한 느낌이라 환호성을 지르는 대신 박수를 치게 됐다. 아니 그런데 꽃거지st 수트 장식은 무엇?

 

첫날의 전못진은 음향 문제 탓인지 지민이랑 정국이 라이브가 좀 불안했는데 아무래도 지민이는 그 무대 끝나고 좀 운 것 같았다. 예전 같았음 마지막 멘트에서 조금은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을텐데 이번엔 눈가가 빨갛게 부어서는 오늘 너무 즐거웠다고 해서 지민이 컸네, 싶었다. 괜찮아. 너 잘 하는 거 아미들 다 알아, 이미. 불안한 음향 사이를 메우는 아미들의 떼창은 유대,를 느끼게 했다. 우린 서로를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사랑한다. 이런 유대라니. 외부인의 이해는 필요 없다. 누가 뭐라든 우린 이 유대를 믿는다.

 

정국이 멘트가 정말 많이 늘었는데 이번엔 심지어 자기는 노래하고 춤추는 게 좋아서 가수가 되고 무대에 섰던 건데 지금은 그 모든 게 아미 때문이라고 확고하게 정의내려졌다고 했다. 가식이니 진심이니 그런 걸 운운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그런 걸 붙들고 늘어질 거면 이 자리에 오지 말았어야 하는 거고. 첫날은 윤기가, 마지막 날은 태형이가 무대 중간 멘트 중에 우리만 있는 세상에 온 것 같다, 고 해서 또다시 유대,에 대해 생각했다. 석진이가 이 콘서트를 지난 1월부터 준비했다고, 너무 콘서트를 하고 팬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하는 걸 들으면서 이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날 수밖에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민윤기는 암파인 랩 파트에 자신이 콘서트 마지막 날 엔딩 멘트로 하고 싶었던 말을 썼다고 했다. 정말 미늉기 ㅠㅠ 태형이의 보라해 해석 추가는 징챠 졸귀탱 ㅠㅠ 보라색이 무지개의 마지막 색이니까 마지막까지 서로 의지하면서 가자고, 자기 이름이 클 태에 형통할 형인데 그렇게 가자고, ㅠㅠ 아니 첫째가 어쩜 이렇게 살갑고 끼쟁이일 수 있는 거지! 지민이도 그렇고 ㅠㅠ 남준이가 얘들아, 한번 안아보자, 할 땐 같이 찡, 했다.

 

엔딩 곡인 앤써는 지민이 음색이 다했지. 정말 화살이 된 별이 내려와 마음에 박히는 것 같았다. 마지막 날 애들이 토롯코를 타고 도는데 입덕요정인 남준이와 직전 최애인 태형이와 현 최애인 윤기가 눈앞을 지나갔고 심장이 잠깐 멈췄다. 토롯코를 타고 돌던 태형이가 우리 다시 오프닝부터 할까요? 해서 아미들 다 네!!!! 하고 난리나니까 민윤기가 아냐, 송파구 주민들한테 민원 들어와- 하고 현실적으로 받아쳐서 짱귀엽 ㅠㅠ 흑흑 ㅠㅠ 네 번쯤 보니까 이제 애들이 좀 사람처럼 보인다. 자기들끼리 저 멀리서 반짝이는 거 말고. 정말 자기들이 부르는 노래들처럼, /같이, 함께/의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여전히, 외모는 비현실적이다.

 

남준이 말대로. 이틀의 콘서트는 너무 덥고 지루하기만 했던 이번 여름, 딱 하나, 가장 좋았던 것으로 기억될 테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나는 더 나은, 더 멋진 내가 되고 싶다. 고마워. 보라해.

 

덧. 아니 그런데, 미늉기 정말 마이크 드롭 /우리 콘서트 절대 없어 포도/ 이 파트에서 아미들한테 마이크 넘기기냐? 흑흑 ㅠㅠ 아미들 다 한을 담아 떼창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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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H, I'M FINE AND I'M GOING TO BE FINE. THANK U. HOW DO YOU DO? UM, ... MAYBE, ... YOU'RE GOING TO BE SO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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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오텔을 잡고 양일콘을 함께 해준, 없었을 뻔했던 마지막 콘서트 포도를 잡아준 덕메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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