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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떠내려가는 가을

KNACKHEE 2018. 10. 2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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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내려가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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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앞머리를 자르다 망해서 결국 미용실에 갔다. 아예 처음부터 손대지 않고 았으면 더 좋아겠지만. 어쩌겠어. 기존에 가던 곳은 디자이너님이 커트를 잘하시긴 하는데 자꾸 옆머리를 쳐놔서 부러 다른 곳에 갔다. 엄청 예쁘고 어려 보이는 분에게 머리를 맡기게 됐다. 나는 이 세계를 전혀 모르지만 어쩐지 가위질이 서툴단 느낌이 들었고 지난달 포트폴리오를 이유로 무료로 머리를 만져준 W가 정말이지 손이 야무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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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돈이 없으니까 취직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놀고 싶다. 그런데 일이 생기면 또 열심히 하고 싶다. 또 그런데 출퇴근 하기 싫다. 무엇보다 면접 정말,... (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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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잠깐 센트럴파크를 걷고 제대로 된 산책은 저녁으로 미뤄뒀는데 카페에서 따라와 따아를 모두 마시고 나오니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우산이 없어 하는 수 없이 구름의 눈치를 보며 조금 걷다가 결국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내일부턴 겨울이란다. 마지막은 늘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고, 그래서 아쉬워! 아쉽다고! 가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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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지난 목요일의 묵상을 기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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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QT를 하고 기도를 하려는데 문득, 지난 여행 내내 의도치 않게 입에서 먼저 튀어나왔던 찬양이 떠올랐다. 송정미 님의 Anointing. 여행은 기름부으심의 과정이었다. 당신이 만드신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며 당신의 아름다운 구원의 약속을 상기하게 하셨다. 그 모든 아름다움을 눈앞에서 놓치고, 가려진 눈으로 상상하지도 못하며 오로지 죽음으로만 모든 생각이 귀결되던, 나도 주님도 고통스러웠던 그 시기를 여행 첫날 QT 후 기도 중에 깨닫고 회개하게 하셨다. 인지조차 못하고 있던 것을. 그게 없으면 앞으로 보게 될 그 모든 아름다움 역시 죽음에 갇혀버리니까. 그건 정말 재앙이니까. 내가 눈 어두워 보지 못하고 무뎌져 느끼지 못할 때에도 성령님은 늘 내 곁에 계셨고, 어리석은 나를 참고 기다려 주셨다가 가장 적절한 때를 만들어 그 임재를 강하게 느끼게 하셨다. 여행 내내, 또다른 미움에 눈멀어 혼란한 마음이어서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지만, 당신이 만드신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게 하시고 Anointing이 제목인 줄도 몰랐던 찬양을 부르게 하셨다. 당신이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을, 내가 알지 못했던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하시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알려주셨던 거다. 당신이 내게 기름부었고 늘 함께하고 있음을 말해주시면서. 그런데 나는 갔다 와서 그걸 또 다 잊고 돈 걱정을 하고, 내 기준의 회사를 찾고, 여행에서의 미움을 곱씹었다. 이렇게나 한심한 나를 주님이 다시 흔들어 깨우셨다. 일단 해야 할 건, 매일 QT의 시간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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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정리해서 지금 써나가고 있는 여행기 에필로그에 넣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귀찮으면 거의 그대로 갖다 쓰겠지 뭐. 어쨌든 이걸 다시 손볼즈음엔, 지금보단 조금 더 나은 내가 돼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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