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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국경을 넘었다, 등산을 하다가 본문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07
숙소의 조식은 환상적이었다. 누텔라 잼부터 수제 잼까지 잼이 종류별로 있었다. 건강한 빵과 잼은 언제나 옳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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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햄과 치즈, 색깔별 파프리카에 오이, 데운 우유가 있는 것도 감동이었다. 울 뻔. 무엇보다 가장 최고는 영화 <Call me by your name>에서 올리버가 허술하고 야무지게 먹던 반숙 달걀과 달걀 받침대가 있었다는 거다. 실컷 감탄하며 가져와서는 달걀 껍질을 다 까서 손으로 들고 먹었다. 욕심부려서 빵 한 쪽에 수제 잼을 종류별로 올리고 누텔라 잼까지 챙겼다. 오이랑 파프리카, 햄, 치즈를 접시에 담고 나서야 옆에 있던 토스터와 식빵을 발견해 내일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야지 싶었다. 덥힌 우유에는 옆 통에 담긴 커피를 찔끔 섞어 커피 향이 나는 우유를 제조했다. 풍성하고 행복한 아침!
숙소 리셉션에서 잘츠부르크 프리패스라는 '잘츠부르크 카드' 2일권을 사고 이제 이십 분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하는 마음으로 잘츠부르크 중앙역까지 걸었다. 카드 색 조합이 대학교의 조합원증과 같아서 괜히 친근했다. 그런데 구매 날짜와 시간을 직접 기록하게 돼 있어서 이렇게나 신뢰 사회라고? 하고 놀랐다. 전산에 출입 기록이 남긴 하겠지만. 아니, 그래도. 운터베르크가 종점인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아주 초록이었고 자전거 탄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잘츠부르크는 자전거의 도시인 듯했다.
노란색의 여름 별궁, 헬브룬 궁전은 익살스러운 공간이었다. 궁전 곳곳에 물 호스가 숨겨져 있었는데, 투어 가이드는 관광객들이 방심한 틈을 타 물을 뿌렸다. '물의 궁전'이란 별칭에 걸맞게 곳곳에 분수도 많았다. 18세기 즈음 분수를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해 대부분을 없애버렸기에 그 시대 분수의 원형을 보존한 헬브룬 궁전이 더 소중하다고. 투어 내내 튀어나오는 물을 피하지 못했고 옷은 물론 머리도 쫄딱 젖어 아침에 시간을 들여 한 드라이가 소용없어졌다. 마지막 정원의 문을 열어주며 가이드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NO MORE WATER!" 했다. 햇살이 물에 닿아 부서지는 정원은 무척 아름다워서 앞머리가 쭉쭉 펴져 시야가 어두워진 나는 조금 슬퍼졌다.
궁전 내부에 들어가려 티켓 부스를 찾았는데 'Republic of Czech'의 잔상에 사로잡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묻는 말에"Republic of Korea." 하고 답해버렸다. 나중에 찾아보니 저렇게 표현하는 게 틀린 건 아니라 다행이었다. 국가를 물어본 건 해당 언어의 안내 책자를 주기 위함이었고 번역기의 공이 컸는지 문장이 아주 귀여웠다.
숙소 근처로 돌아와 노란색 외벽의 모차르트 생가를 둘러봤다. 앱을 다운받으면 해당 번호에 맞는 텍스트 설명이 나왔다. 십여 개의 언어를 지원했는데 한국어도 그 중 하나. 아이, 잘츠부르크 잘하네. 잘츠부르크 카드 시스템에 한국어 안내가 지원되는 관광지도 꽤 있고. 이 정도가 되면 관광으로 먹고사는 게 맞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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