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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장면을 봤다, 길가에 놓인 본문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09
평소 같았으면 일어나자마자 양치와 세면을 했을 텐데 다 미뤄두고 잠옷 위에 재킷을 걸친 채 밖으로 나갔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고 투명한 남색의 수면 위로 산이 비쳐 흔들렸다. 간간이 새의 소리만 있을 뿐, 사위는 아주 고요했다. 어제 캠핑 부지와 맞닿는 곳의 호수 깊이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사방이 어둠이고 산이 비치니 수심이 아주 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걸음을 조심하게 됐다. 해가 뜨고 보니 캠핑 부지와 맞닿는 부분은 닥터마틴의 굽이 채 잠기지도 않을 만큼 얕았다. 넋을 놓고 보다가, 감탄하다가, 사진 찍다가, 영상도 찍어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G를 불러왔다. 혼자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G가 귀여운 원피스를 입었기에 캠핑장 곳곳의 포토 스팟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나는 스냅 사진사처럼 이것저것을 주문했다. "옆으로 서 줘!" "고개는 살짝 내리시고여-" "마차 주인인 것처럼 서 주세여-" 사실 여기서 입으려고 이 주 정도 원피스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지냈다. 하지만 원피스는 사 년 전 첫 직장 상사의 반강요로 구매했던 게 마지막이었던 내게 그건 오프라인으로도, 온라인으로도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인근 쇼핑 랜드마크 세 군데를 돌고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편집숍의 원피스 카테고리를 끝까지 탐색한 후에는 현타가 와서 'TPO 모르겠고, 취향대로 입을 테다.' 하는 마음으로 스트라이프 셔츠 두 장을 사서 캐리어에 넣었다.
어제 오버트라운역에서 숙소로 오는 길 일부가 돌길이라 힘들었던 게 생각나 숙소에서 역으로 갈 때는 그 길을 피해 조금 돌아갔다. 덕분에 따사로운 장면들을 많이 만났고 걸음 수만큼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오버트라운에는 겨우 만 하루를 머물렀을 뿐인데 어느 곳에서보다 많은 사진을 찍었다. 역시, 광활한 자연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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