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시간. 나의 앞에 앞에 줄에 앉은 네 뒤통수가 보인다. 학교 교칙에 따라 짧게 깍은 머리. 그래, 하얀 머리 속 살이 다 보일 정도이니 자른 머리. 보다는 깍은 머리. 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무튼,

 

  네 뒤통수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것을 관찰해본다. 칠판 한 번, 교과서 한 번, 노트 한 번, 칠판 한 번, 교과서 한 번, 지우개를 빌려달라는 짝꿍 한 번, 노트 한 번, 칠판 한 번, 그러다 고개를 휙 돌려 뒤를 한 번... 으힉!

 

  너와 눈이 마주쳐버린 나는 얼른 시선을 내리깔고 필기하는 척을 한다.   내가 너를 관찰하는 걸 네가 눈치 챈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나서야 한숨을 쉬며 노트에서 시선을 거두고, 종이 치자마자 책상 위로 무너지듯 엎으려 잠을 청하는, 오똑 솟아 있던 아까와는 달리 납짝 드러누워 있는 네 뒤통수를 본다.   네가 또 갑자기 일어나 뒤를 돌아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재빨리 시선을 노트로 옮겼는데... 맙소사! 세상에나!

 

  노트 한 페이지 가득 빽뺵하게 적혀있는 네 이름. 행여나 누가 볼세라 노트를 덮고, 네가 한 것 처럼 노트 위로 스르르 무너져 고개를 파묻었다.

 

  아... 미쳤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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