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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전체 글 (1331)
Write Bossanova,
출근한 지 14시간 만에 퇴근했고 또 송도행 버스를 탔다. 고단하네. 아니 어차피 똑같이 고단한 직장인인데 서로에게 좀 더 친절하면 안 되나. 진짜 다정도 능력이다. 친절도 능력인 것이다.
우직하고 정직한 회화. 전시의 초입부터 그의 작품 속 시간이 몇 시일지 궁금했는데 이 답은 전시 후반부에 있었다. 새벽. 그가 거리로 나가 그림을 그린 시각은 거리에 인적이 드문 새벽이었다. 푸르스름한 그림자와 높은 명도의 공존을 만들어낸 건 새벽빛이었구나. 봉우리에 스며들기 시작한 새벽빛은 몇년 전 오버트라운에서 봤던 이른 아침의 할슈타트를 떠올리게 했다. 정물화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장미와 레몬, 노랑 컵, 꽃병, 그리고 창문 너머의 북한산과 인왕산 등을 통해 작가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과 그의 공간을 상상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단촐하지만 생활에는 무감해 정돈되어 있지 않은, 손님의 방문은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외골수 예술가의 공간이 그려졌다. 그림 속에서 그가 작업하던 시기 ..
하루 종일 서서 일했고 다리가 너무 아파서 지하철 역으로 가다가 송도로 가는 버스가 보이길래 일단 탔다. 30분을 더 돌아 가더라도 당장 앉는 게 우선이었다. 버스 안에서 언젠가 이우성 시인이 회사를 차리고 후배를 채용한 후에, 이미 이전 직장에서 갈릴 대로 갈려서 지친 얼굴을 한 후배가 자신은 무슨 일을 하면 되느냐고 묻자 일단 쉬라,고 했다던 맥락의 일화가 떠올랐다. 이어서, 갈리는 것도 자기가 하는 일에 욕심이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 욕심이 없는 사람은 잘 갈리지도 않는다. 애초에 갈릴 수 있는 재질이 아닌 거지. 그러니까 더 나쁜 거다. 진심인 사람들을 이용하고 갈아버리는 거니까. 위버스 문빈&산하 커뮤니키 종료 알림이 떴다. 위버스가 포털 사이트의 카페 기능보다 사용이..
손오공 안무는 꼭 불타랑 아이돌을 믹스한 느낌이다. 너무 좋네. 이렇게 멤버 개별로 보고 싶어서 직캠을 찾아본 건 또 처음이다. 아, 물론 최애 직캠 찾아본 건 제외하고. 나온 지 이틀 된 노래 모스트 톱 3안에 넣었고 뮤비도 맨날 열 번씩 본다.
뭐랄까. 어떤 병풍은 복을 기원하는 장치라는 면에서 아주 커다랗고 매우 정성스럽고 무척 심미적인 부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정성껏 기원하는 복이라니. 요행을 바라는 것도 허투루 할 수 없는 것이다. 솔직히 한국적인 것, 한국의 것 등에 크게 마음이 동하는 편은 아니다. 이 전시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누군가 전시장에 놓인 의 사진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사진 속 병풍을 보는 순간 '와. 이게 뭐야. 치명적인 아름다움이다' 하고 감탄하면서 바로 전시를 예약했다. 층고가 높은 전시장에서 만난 일월오봉도는 이변 없이 아름다웠다. 병풍이 이렇게 흥미로운 건 줄 처음 알았네. 자세히 들여다봐야 마음이 생긴다. 자세히 들여다봄,의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는 걸까. 어쩌면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태도에 이미 마음..
이번주는 하루 빼고 모두 야근을 했고 그중 이틀은 자정 전에 집에 도착하는 게 목표였고 주말 출근과 야근도 예정돼 있다. 불쑥불쑥, 자주 보지도 않았던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고 무너져버렸을지 모를 주변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불쑥, 이런 생각이 끼어들 때마다 눈물을 참았다.
출근길에 문빈 님의 소식을 듣고는 황망함에 몸통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려버린 것 같았다. 정말 생각도 못한 사람이었다. 너무 밝고 건강해 보였는데. 승관이도 걱정되고.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너무 오래 자책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6년 전 종현의 부고를 들었을 때는 부러웠는데 이번에는 통탄스럽기만 한 걸 보니 좀 살 만 한가 싶었다, 요즘의 내가. 누군가의 이런 부고로 내 힘듦을 가늠해보고 있다는 게 미안하기도 했다. 한 친구는 이 부고 소식을 전하며 /문빈 너무 충격이야.. 호감이었는데 안 믿겨../라고 했다. 나는 이 문장이 충격이었다. 본인에게 그 아이가 호감이었던 것과 이 비극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회사에 14시간을 머물렀고, 질린 기분으로 퇴근을 했다. 대표님은 곧 엑스가 ..
이우환 작가님의 작품은 내 능력으로는 풀 수 없는 응용문제들 같았는데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제야 조금, 내 멋대로 읽어볼 수 있게 됐다. (2023)와 는 돌과 바닥의 벤 다이어그램 때문인지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는 각자의 영역 안에 견고히 머물면서 서로에게 발견한 아주 약간의 교집합에 안심하며 입술을 맞댄 상황이 그려졌다. 이 작품만 있던 전시 공간에서는 사위가 아주 조용해진 순간이 있었는데 그 찰나의 적막이 정말 좋았다. 에서는 돌들이 자신의 경계에 걸친 채로 교집합은 꽤나 확고한 형태의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다. 나의 세계 밖으로 밀려나며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는 상태에서의 교집합은 무슨 의미가 있겠어. (2023)는 꼭 전화를 받는 사람처럼 보였다. 늦은 밤, 나직하고 조금은 잠긴 목소리로 "여보세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문과생의 덕목 중 하나는, 뭐든 닥치는대로 해낸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많은 업무를 하고 있으면서도 어떤 자리에서 내 업무를 소개하는 데에는 늘 애를 먹는다. 최근에는 대표와 같이 업무를 하다가, 투자를 받으면 지금 내가 얼기설기 닥치는 대로 하고 있는 일 중 하나를 전문적으로 하던 사람을 뽑아야겠다기에 그럼 그런 사람을 뽑으면 이곳에서 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했더니 찾아나가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음. 찾아나가야죠,는 아무래도 좀 충격이지. 지금의 나를 대체 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최소한 지금 이 일 외에도 이런 업무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 연장선으로 강화해나갈 영역이 있을 거라는 식으로 말해줬어야 하는 게 아닌지. 진짜 좀 충격인데. 쨌든..
엄마는 내 감정과 상황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공감하거나 위로해준 적이 없다. 늘 내 단단하지 못함만 탓했다. 그랬으면서 내가 당신의 힘듦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그렇게나 서운해하고 나를 사회 부적응자로 몰아간다. 그래서 내가 아니라고 짖으면 왜 자꾸 자신을 정당화시키려고 하느냐고, 그건 피해의식이라는 식으로 몰아간다. 어이가 없다. 심지어 죽음은 나에게 슬픔의 대상도 아니다. 그 죽음이 병상의 종료를 의미하는 거라면 더더욱.
오늘은 비 안 와서 뛸 수 있겠네, 했다가 너무 추워서 하씨- 고민되는데, 했다가 그래, 기준은 출근이다, 출근할 수 있는 상태면 뭐든 할 수 있다, 하는 생각으로 사놓고 애매해서 넣어뒀던 조거 팬츠를 꺼내 입고 뛰었다. 출근을 기준으로 둔다면 못할 게 거의 없어진다.
MBTI에 과몰입해서 검사 천이백 번씩 다시 해본다는 인프피인데 난생 처음 아주 근소한 차이로 T가 나왔다. 이거 인턴분 때문이다. 요즘 진짜 미친 꼰대여서 어쩌라고, 상태. 오늘은 열이 나는 것 같아 병원에 가야 하기에 재택을 하겠다고 나에게 통보했다. 이미 나를 거치지 않고 대표에게 말을 한 뒤의 통보였다. 아니 그걸 왜 점심 때 가지 않고? 아니 그걸 나를 거치지 않고? 아니 클라우드 거의 안 쓰고 그냥 컴 드라이브 쓰는 것 같던데 집에서 일이 가능한가? 아니 대기업 인턴이었어도 이랬을 건가? 하고 그 슬랙을 받은 순간부터 그라데이션으로 꼰대적 생각을 발산했다. 아마 그분한테는 내가 이상한 사람일 거다. 처음에는 친절했다가 이제는 자기한테 말도 잘 안 거니까. 이런 것 좀 잘 숨겨야 하는데 진짜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