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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14_EPILOGUE 이른 두 시. 구체적인 장면은 기억나지 않지만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깼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을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에 살짝 불안해했더니 이렇게나 바로._ 이래선 달라질 수 없다. 한 시간 동안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두 손을 모았다. 나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힘과 믿음을 구했다.눈을 뜨기가 불편하다 싶었는데 거울을 보니 왼쪽 눈에 다래끼가 나서 점막 안쪽부터 부어올랐다. 돌아가는 날이라 다행이지 싶으면서도 나는 걱정쟁이이고 아무래도 눈이라 조금 걱정이 됐다. 사실 많이.부다페스트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며 여행지에서의 마지막이 될 QT를 했다. 오늘의 본문 말씀에 붙은 제목은 '영적으로 자라가라'. 정말이지 자라고 ..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13 중앙시장에 다시 방문했다. 어제 봐둔 원석 팔찌로 G와 이번 여행의 우정 아이템을 맞춰볼 심산이었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_ 어제 얼핏 봤을 땐 반짝반짝 빛이 났는데 막상 사려고 보니 썩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지하에 있는 마트에서 초콜릿만 잔뜩 샀네. 계획했던 소비가 아니라 봉투를 가져가지 않았고 또 사기도 애매해서 마트 전단으로 고기 싸듯 초콜릿들을 감쌌다. 그러고는 다시 중앙시장 이 층을 돌아다니다가 동생에게 줄 작은 유리컵을 하나 샀는데, 사장님이 네 손에 든 게 크니까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라며 초콜릿이 들어갈 만큼의 큰 봉투에 유리컵을 담아줬다. 아름다운 세상.숙소로 가는 길에 조심스레 G에게 어제의 팔찌 구매를 고백하며 한번 가..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12 뜻밖의 기쁨. 내게 헝가리는 그런 곳이었다. 앞의 두 나라와 달리 아무 정보도 없이 발을 들였고, 발을 동동 구르며 지갑을 열었다._ 맥모닝을 먹으러 맥도날드에 갔는데 영어 메뉴판이 없었다. 그림을 짚어가며 주문을 할 요량으로 카운터에 갔는데 '+200Ft' 파트에 있는 음료, 해시브라운 등이 세트로 추가되는 게 아니라 각각 200포린트를 내고 추가해야 한다고 해서 일단 후퇴했다. 유로보다 커진 화폐 단위에 잠시 주저했는데 먹고 싶은 걸 다 시켜도 우리나라 돈으로 삼천 원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다시 주문 줄에 합류했다. 중앙시장은 숙소에서 걸어서 십오 분 정도 거리였고 오늘도 어김없이 날이 좋았다. 여행의 팔 할은 날씨라던데. 럭키! 일 층엔 ..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11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04장 23절)_ 이번 주일에도 유튜브로 수영로 교회 예배 영상을 봤다. 목사님은 지난 주일과 같은 로마서 본문으로 '마음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마음이 무너지면 삶이 무너진다. 상황이 변해도 마음이 그대로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마음이 무너져 삶이 불행하게 느껴지는 건 마음을 예수님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이 상태를 지속하면 '나'라는 신을 숭배하게 된다. 이는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기만 하는 것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주인'의 자리에 모셔야 한다. 그리고 내 행함만으론 마음을 바꿀 수 없다. 내가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유일한 ..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10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자허-토르테(Sacher-Torte)의 원조라는 카페 자허에서 BTS 지민의 생일(한국 시각 기준) 축하 케이크 먹기였다._ 일부 관광지 할인과 교통 무료 이용 혜택이 있는 '비엔나 시티 카드'를 사러 빈 중앙역에 갔는데 운영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간 탓에 인포 데스크 오픈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검색해 보니 역 근처 호텔에서도 판매한다고. 역 근처 호텔이라면 우리가 묵는 곳이잖아! 우린 시간이 많고 숙소는 지척이고 밑져야 본전이니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숙소 리셉션에서 비엔나 시티 카드를 살 수 있는지 묻자 금발의 직원 올리버(Oliver)는 눈을 맞춰 찬찬히 들어주고는 "Sure!" 했다. 2일권을 구매..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09 프라하에선 새벽 세 시 반을 시작으로 매일 한 시간씩 기상 시간을 늦춰가더니 잘츠부르크에서부터는 알람 없는 여섯 시 반 기상으로 시차 적응을 마쳤다._ 평소 같았으면 일어나자마자 양치와 세면을 했을 텐데 다 미뤄두고 잠옷 위에 재킷을 걸친 채 밖으로 나갔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고 투명한 남색의 수면 위로 산이 비쳐 흔들렸다. 간간이 새의 소리만 있을 뿐, 사위는 아주 고요했다. 어제 캠핑 부지와 맞닿는 곳의 호수 깊이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사방이 어둠이고 산이 비치니 수심이 아주 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걸음을 조심하게 됐다. 해가 뜨고 보니 캠핑 부지와 맞닿는 부분은 닥터마틴의 굽이 채 잠기지도 않을 만큼 얕았다. 넋을 놓고 보다가, 감탄하다가,..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08 어젯밤, 왼쪽 눈알이 뻐근하더니 아침에 기어이 눈꺼풀이 부었다. 불편해서 신경이 쓰였다. 걱정도 좀 되고._ 어제 다짐한 대로 토스터에 식빵을 구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반숙 달걀도 잊지 않고 껍질을 반만 벗겨 받침대에 올려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체크아웃 전에 고양이를 한 번 더 볼 수 있었으면 했는데 고양이님은 작별인사를 하러 나타나 주지 않았다. 숙소에서 십오분 정도를 걷자 미라벨 정원이 나타났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인 데다 영화도 보지 않아서 그런지 영화 을 찍었다던 장소에선 별 감흥이 없었다. 잔디를 다듬는 중이라 흙바람이 너무 불기도 했고. 사실 메인 정원도 '와!' 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정갈한 조경을 보며 조경 전문가들의 기획력과 스..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07 숙소의 조식은 환상적이었다. 누텔라 잼부터 수제 잼까지 잼이 종류별로 있었다. 건강한 빵과 잼은 언제나 옳지._ 다양한 햄과 치즈, 색깔별 파프리카에 오이, 데운 우유가 있는 것도 감동이었다. 울 뻔. 무엇보다 가장 최고는 영화 에서 올리버가 허술하고 야무지게 먹던 반숙 달걀과 달걀 받침대가 있었다는 거다. 실컷 감탄하며 가져와서는 달걀 껍질을 다 까서 손으로 들고 먹었다. 욕심부려서 빵 한 쪽에 수제 잼을 종류별로 올리고 누텔라 잼까지 챙겼다. 오이랑 파프리카, 햄, 치즈를 접시에 담고 나서야 옆에 있던 토스터와 식빵을 발견해 내일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야지 싶었다. 덥힌 우유에는 옆 통에 담긴 커피를 찔끔 섞어 커피 향이 나는 우유를 제조했다. 풍..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06 지하철 C 라인에서 기웃대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친절한 중년 여성 덕분에 B 라인을 찾아갈 수 있었다. B 라인이 C 라인보다 더 지하에 있는 건 뜻밖이었다. _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한 민머리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는데, 먼저 어디 가는 길인지 물어왔다. 친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굳이 거절할 일도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호의를 받았다. 그 아저씨도 지하철의 같은 칸에 탔는데 페이크가 아니라며 짐을 들어주려는가 하면, 안델(Andel)역에 내려서 표지판을 따라가면 레지오젯 버스를 탈 수 있을 거란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고는 곧 다른 승객에게 인사를 건네고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체코어로 대화를 나눴다. 체코 친절상은 이분께 드리는 거로...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05 십여 분 동안 알폰스 무하 뮤지엄 근처를 서성였다. 조금 넉넉하고 조금 성급하게 걸어서. 해가 어렴풋이 뜬 오전의 공기에선 생수의 비릿한 향이 났다. _ 타로의 이미지로 익숙한 그림들을 원화 크기로, 그런 미신적인 것과 떼어놓고 보니 무척 아름다웠다. 무하에 대해선 공부를 못 했는데, 공부했던 클림트와 같은 시대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생겼다. 르네상스의 이성적이고 절제된 기법에 반하는 아르누보 양식은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장식적 화려함을 추구한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그러다 왜 아름다운 여자들을 르네상스의 전형인 고딕 양식 창문에 가둬놨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미간을 좁히다 시각의 차원을 바꿔봤다. 2차원이 아닌 3차원으로 ..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04 S에게 주고 싶어 연한 분홍색 장미 한 송이를 샀다. 하루분 정도의 휴대용 물통도, 리본 장식도 없이 종이 포장지에 둘둘 말아줬다. 거창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_ 한인교회들은 전부 숙소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 있었다. 현지교회에 가보고 싶기도 해서 근방 교회를 찾았지만 가톨릭교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숙소에서 십오 분 거리에 있는 선교교회를 발견해 두 시 예배를 염두에 두고 오전 쇼핑에 나섰다. 주일을 예배가 아닌 다른 일정으로 시작하는 게 처음이라 어색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벼르던 뜨르들로(TRDLO)도 사 먹었는데 아이스크림 옵션을 선택했더니 포장지 사이로 빵의 열기에 녹은 아이스크림이 흘러서 벤치에 정착해야만 했다. 그 뒤로 아이스크..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03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가는 봉고에 탄 여덟 명 모두, 한국인이었다. 센터에 도착하니 더 많았고._ 다시 꺼내 볼 몰골은 아닐 것 같아서 사진/영상 옵션은 선택하지 않았다. 경비행기는 생각보다 높이 올라갔고 촬영 옵션을 선택한 사람들은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부터 카메라를 든 다이버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개인 캠 구도로 따라붙었다. 그걸 본 G는 작게 말했다. "개인 홈마가 생기면 저런 기분일까?"무섭진 않았지만 조금 긴장한 상태였는데 다이버가 예고도 없이 몸을 날리는 바람에 갑작스레 상공에 던져졌다. 분명 경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잘생긴 직원이 교육 영상을 보여줬는데도 어깨끈을 잡았다 떼는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워 다이버가 시기에 맞춰 매번 손동작을 고쳐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