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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나쁜 놈들의 진심_<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의 손익분기점은 약 230만 명, 총 관람객은 93만여 명.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아 7분간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손익분기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하지만 괜찮다. <불한당>에는 ‘불한당원’들이 있다. 영화의 팬덤인 ‘불한당원’들은 “우리가 관이 없지 돈이 없냐.”며 ‘대관 상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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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한당> 전개의 중심이 되는 어두컴컴한 교도소에 명망이 엇비슷한 두 사람이 있었는데 자신의 신념마저도 배신하게 할 만큼의 애틋한 감정 때문에 재호(설경구 분)의 피로 현수(임시완 분)의 손을 더럽히게 되었도다. 경찰과 범죄자의 숙명적인 몸에서 별들이 훼방 놓는 믿음과 감정이 움텄고 그것들은 불운하고 불쌍하게 파멸하여 현실을 죽음으로 묻었도다. 죽음표가 붙은 이 관계의 두려운 여정과 계속되는 주변과 그들 내면의 격렬한 분노를 그들의 최후밖엔 아무것도 못 막는데 그 내용을 두어 시간 스크린 위에 펼치오니 여러분이 인내하며 눈과 귀와 마음을 기울여 주시면 열심히 풀어나가 보겠나이다.”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도입부의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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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로미오와 줄리엣 #멜로에_감긴다_감겨

<불한당>을 구성하며 ‘로미오와 줄리엣’을 참고하기도 했다는 변성현 감독의 말은 관객들의 마음을 동요하게 하기 충분했다. 이에 관객들은 자체적으로 ‘멜로 필터’를 장착해 영화관을 찾았고, 덕분에 원래 멜로 영화인 불한당의 멜로력은 배가 됐다. 관객들은 ‘사람이 아닌 상황을 믿어야 한다’던 재호가 신념까지 배반해가며 감정에 흔들리다 결국 파멸에 이르는 감정선에 탄복하며 <불한당>에 ‘감겼’(재호가 현수를 자기편으로 만들겠다며 사용한 표현)다. 그렇게 ‘불한당원’이 된 이들은 N차 관람은 물론 자체 모금으로 대관 상영을 주도하기도 했다.



#형_나_경찰이야 #괜찮아_널_믿고_싶으니까

이렇게 열성적인 불한당원들을 탄생시킨 영화 <불한당>의 매력은 ‘감추지 않음의 미학’과 ‘해석의 여지’에 있다. 대부분의 언더커버 영화들은 신분을 감추는 것으로 극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하지만 <불한당>은 계속해서 흔들리는 감정선과 상황을 가져갈지언정 재호에게 현수의 신분을 극의 초반부에 밝혀버린다. 그것도 현수 자신의 입으로. “형, 나 경찰이야.” 상황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자 사람을 믿지 않는 재호가 무작정 마음이 갔던 현수를 믿고 싶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 영화는 인물의 숨소리와 눈썹까지 동원해 감정을 그려내면서도 상황과 감정에 대한 간극을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덕분에 불한당원들은 몇 번이고 영화를 보며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 간극을 메워나가는 데서 ‘덕질’의 즐거움을 향유하고 있다. 누아르 장르에 속하는 영화임에도 여성 캐릭터를 성적으로만 소비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영화는 높은 점수를 받는다.



#팬바보 #설탕 #최소_사탕수수밭_대주주

배우 설경구의 팬클럽 ‘설경구의 또 다른 이름들(이하 설또이)’이 부활하며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게 된 것도 영화 <불한당>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불한당>의 주 관객층인 20~30대 여성들이 새로운 팬층으로 유입되며 팬클럽 결성 25년 만에 배우의 촬영 현장에 야식 차를 ‘서포트’ 하고 행사에 아이돌 팬 미팅에서나 볼 법한 대포 카메라를 동반하는 등 활발한 팬덤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또 설경구는 팬들이 선물한 의상을 입고 상영회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친필 문구와 싸인, 미공개 스틸이 담긴 제작 다이어리와 펜으로 역조공하는 등 화끈한 팬서비스를 선보여 ‘설탕’이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기도 하다.




201710 _ 본 기사는 CJES MAGAZINE 03호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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