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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경애의 마음 _ 김금희 본문
산책하다 보면 마음을 잡아끄는 작은 풍경들에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길이 있는데, 이 책이 꼭 그랬다. 읽다 멈추기를 반복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미 인쇄된 활자 위에 자판으로 쳐낸 글자가 새로 입혀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이 지금 나의 마음으로, 세밀하게 읽혔다. 63페이지를 읽으면서 좋아만 하고 평가하지 않는단 문장을 곱씹었다. 그거야말로 완전한 좋아함,이지 않을까. 좋아함이란 취향의 문제라 늘 선택과 판단을 동반하는데, 이를 모두 제외한 좋아함이라면 실은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는 상태처럼 보이기도 하는 거지.
_
"린치는 달라. 린치는 감히 장악할 수 없는 세계니까 나는 좋아만 하고 그것에 대해서 평가는 안해. 린치를 좋아하는 건 때론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야." _ p.63
경애가 그냥 피조물이에요,라고 하자 상수는 피조물의 정확한 뜻이 뭐더라 하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존재 같은 거구나, 존재."
"존재랑은 좀 다르죠. 있다는 것과 있게 되었다는 것의 차이가 있으니까." _ p.156
상수는 이따금 죽은 어머니와 나눈 대화들을 맥락 없이 떠올리는데 그중 하나가 엄마, 엄마는 뭐가 어려워? 하고 물으면 어머니가 설핏 웃으면서 오늘이 어려워,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_ p.167
대체 어떤 욕을 해주어야 하나, 아주 고퀄 레전드급으로 쌍욕을 하고 싶지만 언니, 폐기 안해도 돼요.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이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강변북로를 혼자 달려 돌아올 수 있잖습니까. 건강하세요, 잘 먹고요, 고기도 좋지만 가끔은 채소를, 아니 그냥 잘 지내요. 그것이 우리의 최종 매뉴얼이에요. _ p.176.
경애가 온종일 엎드려만 있는 유령 같은 학생이라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마음이 너무 강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정지해 있었을 뿐이었다. _ p.279
_
상수와 조선생은 작가님의 이전 단편집에 등장했던 조중균 씨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마음을 다잡고 작가님의 작품을 더 세밀하게 읽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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