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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이렇게 유쾌한 곳일 줄은 본문
아홉수를 앞두고 백수가 돼 떠나는 동유럽 여행_12
뜻밖의 기쁨. 내게 헝가리는 그런 곳이었다. 앞의 두 나라와 달리 아무 정보도 없이 발을 들였고, 발을 동동 구르며 지갑을 열었다.
중앙시장은 숙소에서 걸어서 십오 분 정도 거리였고 오늘도 어김없이 날이 좋았다. 여행의 팔 할은 날씨라던데. 럭키! 일 층엔 식료품 가게가 즐비했고, 이 층에는 자수 제품을 비롯한 마그네틱, 거울 등의 관광객용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이곳에서 선물을 해결해 보겠단 심산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딱히 사고 싶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즈음 세로줄 무늬의 도자기 컵이 취향을 저격했다. 덩달아 커피, 맥주, 토레타 등 마실 걸 좋아하는 액체 괴물 W 생각이 났다. 수공예품이다 보니 같은 듯 미묘하게 색 조합이 달라서 두 개의 컵을 들고 고민하다 주인한테 뭐가 더 괜찮아 보이는지 물었다. 그는 똑같은 거 아니냐며 웃고는 하나를 골라줬다. 카드는 안 된다기에 어제 뽑은 현금을 탕진했다. 룰루.
감기 기운이 있는 G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 숙소에서 쉬게 하고, 숙소로 오는 길에 봐 둔 디자인숍과 카페가 있는 골목에 갔다. 디자인숍에서 정말이지 헝가리는 문구의 도시, 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으며 많은 것들을 만지작거리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카드 사정을 생각해 엽서 두 장과 노트 한 권으로 나와 타협하고 가게를 나오는데 계속 미련이 남았다.
카페에 앉아 있는 내내 디자인숍에서 사지 않고 나온 스탬프 팔찌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카드 수수료가 별로 안 비싸고, 데려오지 않은 건 돌아와서도 미련이 남더라는 유럽 여행 선 경험자 B의 조언을 새겨들은 터라 다시 그 아이를 데리러 디자인숍에 갔다.
따뜻한 국물로 속을 채우고 배를 타야 감기가 악화되지 않을 것 같아서 숙소 바로 밑 구글 리뷰어들의 평이 좋았던 레스토랑에 갔다. 직원이 아주 아주 아주 친절했는데 핸드폰으로 자신이 추천하는 메뉴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할슈타트에서 오리고기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에 의존해 직원 추천 메뉴 중 하나인 오리고기 요리와 체코에서 만난 사람들이 혹평을 아끼지 않았던 굴라쉬를 주문했다. 메뉴 선택은 성공적. 접시를 치워주러 온 직원에게 몇 번이나 당신이 추천한 메뉴가 진짜 맛있었다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는 리액션도 좋았다. 굴라쉬는 본토인 헝가리에서 먹어야 했던 것인지 우려와 달리 정겹게 맛있었다.
아. 오늘의 의상에 관해 이야기해야만 한다. 왠지 부다페스트와 찰떡일 것 같아서 사놓고 한 달을 쟁여둔 레드 앤 네이비 체크에 노란색 스티치가 있는 양말을 드디어 개시했다. 거기에 노랑 니트도 맞춰 입었지. 여러분, 오늘의 내 양말과 니트를 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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