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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의 연속이었다, 틀어진 계획 덕분에 본문
십 년 차 친구 이 센세와 떠나는 첫 해외여행, 다카마쓰_02
등교, 출근 시간대에 거리로 나가니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여긴 한국과 달리 자전거가 인도 위를 달렸는데 아무런 위협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쩜 자전거도 이렇게 차분히 탈 수 있는 건지!
공원은 시간이 지나며 해가 떠오를수록 곳곳이 반짝였다. 배를 타기 직전에 당고를 사 먹고는 이미 흡족한 기분으로 배에 올랐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수면이 수면과 맞닿은 지면과 수면 위의 모든 조형물에 파동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물무늬를 보고 있으니 코끝이 저렸다. 언제나 그렇듯. 너무 고요하게 아름다워서. 건축물 근처엔 조경 작업이 한창이었다. 생활이 느껴지는 그 장면에 자꾸 눈이 갔다. 공원의 메인 다리를 보며 모네의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된 아쉬움을 달랬다.
예상보다 전철이 늦게 도착해 나오시마로 가는 일반선을 놓쳤다. 다음 일반선까진 두 시간여를 기다려야 했고 고속선은 한 시간 뒤에 있었다. 가격이 두 배 넘게 차이가 났지만 여행에서 시간을 버리느니 돈을 쓰지, 하는 마음으로 고속선 탑승을 결정했다. 또 여기까지 왔는데 고속선 함 타 줘야지! 싶기도 했고. 시간을 때우려 들어간 항구 근처 카페 'PRONTO'는 이번 여행의 세렌디피티였다. 라테도, 바움쿠헨도 기분이 포근해지는 맛이었다.
나오시마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가 가장 먼저 만난 건 베네쎄 하우스 앞 해변에 놓인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정보를 찾아보니 아동학대를 당하며 방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리던 그가 어느 날 호박에 매료돼 이를 작품으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호박의 땡땡이무늬는 강박의 표현이라고. 그런 걸 보면 예술가는 결국 운이 중요한 직업인 것 같기도 하다. 모두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고 그중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거나 시대·사회적인 이슈와 맞물린 것들만 인정받고 돈을 번다. 확률 게임이 아닌지!
버스 시간까지 또 시간이 떠서 카페에 갈까 했으나 이 섬의 카페는 늦은 세 시에서 네 시면 모두 마감을 했다. 날은 추웠고 비까지 오기 시작해 버스 정류장 맞은편 ATM 기기가 있는 곳에서 과자를 까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섬에서 나갈 때는 일반선을 탔는데 정말, 정말 느렸다. 계속 시동만 걸고 있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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