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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바래는 빛

KNACKHEE 2019. 7. 2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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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었다고 생각한 장면들이 내 안에서 빛이 바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락에서 떨어져 나와 존재하는 장면은 힘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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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장면들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애틋하지만 지금은 다른 맥락이 생겨버린 탓이다. 과거에 계속 머무를 수 없다. 무엇보다, 현재의 내 안에 빛이 없으면 어떤 장면이든 빛이 바래게 돼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영원한 빛으로 마음과 인생을 채워야 하는데 자꾸 넘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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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밤에는 과거의 일기들을 펼쳐봤다. 지금보다도 더 성긴 생각을 갖고 있던 시절의 내가 튀어나와 당황스러웠다. 모든 감정이 넘쳐 흘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던 시기처럼 보였다. 그 과정들을 그때 거쳐 지금의 내가 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아니라 지금 그러고 있는 건 상상만 해도, ... (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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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사진을 좋아한다. 그 자체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한 장의 그림과 사진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좋은 탓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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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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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왁싱을 받았다. 몸도 기분도 아주 상쾌해졌다. 걱정했던 것보다 참을 만한 고통이었다. 해주시는 분이 무척 친절하셨던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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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가는 새벽에 위가 꼬여 잠에서 깼다.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세 개 남은 연차를 이렇게 쓸 수는 없는데!여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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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에 필라테스에 등록했다. 행사로 GX를 같은 횟수만큼 끼얹어줘서 요가 수업도 함께 듣고 있다. 3회차만에 깨달은 건 아, 나는 29년간 내 무릎 하나 제대로 펼 줄 모르는 채로 살았구나!였다. 3주차 첫 날에는 비로소 두 발바닥으로 온전히 바닥을 밀어내며 서 있는 게 뭔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서는 거구나. 그동안 엉망진창으로 땅을 딛고 서 있느라 그렇게 힘들었던 거구나, 싶었다. 지난 목요일에는 필라테스 선생님께 선생님 너무 좋아여 ㅠㅠ 하고 고백했다. 선생님은 저도 좋아요, 포기하지 않는 분들 좋아해요, 해주셨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수업 때 와장창 포기해버려서 너무 민망했다. 수업 끝나고 선생님이랑 눈이 마주쳐버려서 서로 웃다가 저 너무 창피해요! 하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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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빠진다면 좋겠지만 굳이 살을 빼려는 목적으로 다니는 건 아니다. 이미 필라테스 자체가 살을 빼는 운동이 아니기도 하고. 몸을 '건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러 움직이지 않으면 쓰지 않는 근육들이 차근차근 단련돼 가는 느낌이 좋았다. 필라테스를 계속 하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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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이기는 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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