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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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러 갈 전시를 정하는 데에는 세 가지 정도 기준이 있다. 원래 좋아하던 작가이거나 신뢰하는 전시 공간이거나 우연히 그림을 접했는데 너무 취향이거나. 로렌스 위너의 전시를 보고 싶었던 건 두 번째 이유였다.
개념 미술은 여전히 즐거우면서도 어려운 분야인데다 초면인 작가라 전시 공간에 놓인 작가 인터뷰를 반복해서 봤다. 로렌스 위너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의 개념과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내가 이해한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게 예술의 핵심이다. 예술은 문화를 통해 설명하려는 대상을 객관화해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나는 민족 문화가 아닌 지금 이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미술은 접근할 수 있는 만큼 가치가 있으며 내가 작품을 계속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삶 전체를 뒤흔들기 위함이다."
제일 매력적이었던 건 언어를 조각한다는 개념이었다. 이는 그의 인터뷰 영상과 맞물려 주로 시 평론에서 접했던 조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언어의 조각이라기에는 전시장에 놓인 모든 작품이 너무 평면이었다. 전시를 함께 본 우리 큐레이터님에게 이 부분을 이야기했더니, 조각이 입체여야 한다는 개념 자체도 고정관념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을 던져주셨다. 그러고 보니 미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 주인공 변호사가 배심원들을 상대로 가장 공을 들인 작업은 편견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SOME THINGS TO STAND ON / SOME THINGS TO HOLD / SOME THINGS TO THROW>는 그 형태 때문에 시처럼 읽혔다. 서 있을 수도, 쥘 수도, 던질 수도 있는 'SOME THING'이 '나'로 읽히는 순간 서늘하면서도 뜨끈한 기분이 들었다. 두밧두 최애곡 중 하나인 '물수제비'가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기도 했지.
<BREACHED / SPILT / DRAGGED / SPRAYED / SHATTERED / CRATERED / TOSSED / SMELTED / MUCHKED / LOCKED / MINED / BLEACHED / NOTCHED / GREASED>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작은 전시 공간에서는 중앙에 있는 합판이 꼭 도살장에 끌려와 있는 것 같았다. 합판을 향하고 있는 단어 중 무엇이 그의 심판이 될 것인지 궁금했다. 한편으로는 이 공간의 단어 뭉치들이 우측 첫 번째에 있던 SMELTED를 향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그것들이 제련의 과정을 위한 것들인지, 제련된 이후 찾아올 지진인 것인지도 궁금했고.
<CAREFULLY BALANCED ON THE EDGE OF A HOLE IN TIME>은 경기도립미술관에서 봤던 박래현 작가님의 <시간의 회상>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에는 그때 곱씹었던 시간의 틈에 더해 그 가장자리에 놓인 것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그 가장자리에서 흔들리며 균형을 잡고 있는 건 애증의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FLOATED ON WATER SUSPENDED AT THE POINT WHERE CLOCKWISE & COUNTERCLOCKWISE CEASES TO APPLY>는 그냥 취저.
이번 전시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보았는데, 전시 후 감상 나눔 타임에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감상을 길게 나눠 주어서 절거웠다. 개념 미술은 어떤 형태로 소장하게 되는지는 모두의 관심사였고. 가변 크기니까 사서 타투도 하고 사옥이나 내 집 생기면 그곳에도 설치해두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만 해봤다.
음악을 그만두고 싶었느냐는 질문의 VCR로 시작하는 콘서트라니. 서사 맛집이네, 여기. 게다가 세 시간 동안 혼자서 끌고 가는 무대는 흔들림 없는 편안함을 선사했다. 경이로움의 연속.
평소에 권정열 님의 목소리는 공기가 많이 섞인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라이브로 들으니 무척 진하고 성량이 커서 놀랐다. 더 놀란 것은 매 무대마다 아낌없이 쏟아붓던 효과와 연출이었다. 아티스트 연기도 그렇고. 보면서 생각이 좀 많아졌는데, 티켓값이 좀 있고 아무리 굿즈를 많이 판다는 가정을 해도 이게 수지타산이 맞는 일인가,부터 시작해서 다소 심심한 솔로 콘을 보여줬던 모 아이돌 멤버의 콘도 생각이 나고,... 무대 연출 장인은 두밧두라고 생각했는데 정정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무대 연출 장인은 10cm였던 거시다.
응원봉의 개념인 손에 끼우는 팬라이트 도입은 이번 콘이 처음인 듯했다. 무대 위의 아티스트가 정말 예쁘다며 감탄하는 것을 보며 응원봉은 무대에 서 있는 사람에게도 좋은 아이템이구나 싶었다. 그동안은 공연을 보러 온 입장에서 손이 허전하지 않아서 좋다, 정도였는데 무대에 선 이를 위한 주고받는 무대 효과라고 생각하니 응원봉에 좀 더 애정이 갔다. 그동안에도 확장된 무대 효과로 인지를 하고는 있었지만, 아티스트가 계속해서 팬라이트 정말 너무 예쁘다고 해주니 새삼 서로 좋네, 싶더라고. 360도 무대로 보니까 건너편의 팬라이트 효과가 무대와 어우러져 보여서 더 크게 느꼈던 것 같다.
커피 테이블 토롯코는 정말 생각도 못했고, 생목 버스킹은 소름이었고, 권정열 님 끼는 진짜 와. 심지어 사첵도 있었던 것 같고, 팬라이트를 건전지까지 끼워서 무료로 나눠주는 것도 놀람 포인트였다. 아니 아이도루 응원봉은 3-4만 원씩 하는데 업그레이드 됐다면서 버전별로 내고 건전지는 또 따로 사야되거든요,... 생각지 못했던 스케일과 팬 서비스에 속으로 박수 백 번 침. 너무 훌륭하다. 그리고 10cm 콘에서 스탠딩을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봄이 좋냐??'를 편곡해서 레드 빔을 쏴줘는데 뛰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너무 신났네. 게스트로 등장한 고영배 님도 너모 반가웠지.
곡마다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쓰고 부르는 노래이기에 가능한 일. 10cm 버전의 '고백'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걸 라이브로 들어서 기뻤고, 다시 체조에 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면서 첫날의 찐막곡으로 그때 냈던 앨범의 타이틀 'I am fine thank you'를 불러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곡 예습 하나도 안 하고 갔는데 거의 모든 곡을 다 알고 있더라고, 내가. 나 10cm 좋아했네,... 그리고 공연 이후로 'pet' 무한 한 곡 반복 중이다. 진짜 너무 너무다.
공연 보는 내내 소속사 너무 부러웠다. 아티스트도, 스태프도 진짜 뿌듯했을 것 같다. 나도 해내야지, 이렇게 기깔나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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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는 올해의 첫 뜨생을 했다. 오늘은 T의 에피소드 중 "저희 개를 아세요?" 때문에 다같이 한참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