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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본 청아 꽃과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배우 이청아는. 그런데 그녀는 꽃보다 ‘나무’가 좋다고 했다. 찬찬히 그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맑고 고요하게 아름답다는 의미가 담긴 ‘청아(淸娥)’라는 이름도, 숨김없이 부딪혀 오는 강직한 눈빛도, 두려움에 도전으로 맞서는 모습도 모두, 나무를 닮았다._배우 이청아와 ‘로맨틱 코미디’, ‘캔디형 캐릭터’와 같은 단어를 매치하게 되는 건 대중이 기억하는 그녀의 출발점, 영화 <늑대의 유혹>의 ‘한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공식적인 출발점은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욕쟁이 소녀였다. 강렬한 ‘한경’의 기억 때문에 이청아는 줄곧 밝고 조금은 어리바리한 매력으로 주위의 챙김을 받는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그녀를 ‘꽃 같은 배우’라고 생각한 ..
오직, 배우 ‘아름답다, 우아하다’ 등의 수식은 배우 김혜은에게 1순위의 것이 아니다. 이런 건 좀, 식상하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등의 말도 역시, 식상하다. 김혜은은 이미지를 좇는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의 삶을 온전히 연기해 낸 ‘배우’가 되고 싶다. 진심으로 캐릭터에 빠져 진실한 소통을 하고 싶다. 그녀가 원하는 건 오직 그뿐이다._대중은 주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의 여사장이나 드라마 <밀회>에서 서영우의 이미지로 배우 김혜은을 기억한다. 그렇다고 그녀가 모든 작품에서 ‘센 언니’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아니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생활력 강한 이발소 여주인을 연기했고 일일 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에서는 단아한 초등학교 교사를, 드라마 <디데이>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를 연기했다...
최선의 행복 깊은 밤이 내려앉은 자리였다. 시간은 새벽을 향해 가고 있었으나 테이블을 둘러싼 조명 때문에 시간의 흐름이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 명징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 배우 박성웅은 나지막이 그러나 명료히 말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해. 나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행복하려 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_흔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두고 ‘소처럼 일한다’는 비유를 사용하곤 하는데 박성웅은 정말이지, 소처럼 일한다. 뮤지컬 <보디가드> 무대에 올랐던 작년 11월엔 사전 제작 드라마 <맨투맨>과 영화 <꾼>까지 총 세 작품을 병행하다 보니 6개월 동안 두세 시간밖에 잘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가 올 법도 한데, 그는 언제나 도전할..
라미란이란 불가항력 라미란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멋지고 건강한 여자다. ‘아줌마’ 캐릭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배우이면서 정치인 캐릭터도 완벽히 소화해 내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유로우면서도 정확하다._일상의 라미란은 뜻밖에 아주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응답하라 1988>의 치타 여사나 <막돼먹은 영애씨>의 라 과장만 생각해선 안 된다. 그녀는 괄괄하지도, 시끄럽지도 않다. 그녀는 조금 오래 생각하고 여유로운 말투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조곤조곤 전한다. 튀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유머러스한 문장들을 섞어가며. 발화된 그 문장 앞에서 상대는 그녀와 상반되게 큰 소리로 웃게 된다.라미란의 말을 듣고 있으면 꼭 상공(上空)에 있는 것 같다. 넓고 푸른 길이 여러 갈래로 펼쳐져 있어 어디로 가..
김선아의 추상과 구상 러시아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는 대상을 단순화한 추상적 화풍을 선보이며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렸다.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배우 김선아가 연기하는 박복자는 그녀가 좋아하는 칸딘스키 작품의 색채 대비만큼이나 강렬한 색감의 옷을 입고 인물의 윤곽선을 뭉개며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일관한다. 이 작품을 통해 김선아는 다시 한번, 전성기의 서막을 알렸다._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가 지난 8월 19일 12.1%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영했다. 박복자를 연기한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인생캐(인생 캐릭터)’ 갱신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의 인기는 대본을 소설로 각색해 책으로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김선아는 지난 9월 20일에 열렸던 출간 기념 사인회에 참석해 백미경 작..
새롭게 그러나 송일국답게 지난여름, 배우 송일국은 연극 <대학살의 신> 준비를 위해 매일 남산에 있는 연습실로 출근했다. 대본 리딩으로 연기의 근육을 데우는 것부터 상대 배우와 정교하게 호흡을 다듬고 이를 녹화해 돌려보는 일정이 종일 이어졌다. 그렇게 완성한 캐릭터 ‘미셸’은 지금껏 송일국을 사극의 이미지로만 가둬 둔 것을 후회하게 할 만큼 완벽하게 유쾌하고 가벼웠다._송일국에게 이번 연극 <대학살의 신>은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는 작업이 아니라 기존에 그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던 시선들을 벗겨내는 작업이었다. 그는 자주 누구의 ‘아들’, 누구의 ‘아빠’, 누구의 ‘남편’으로 불렸다. 그 과정에서 그는 바른 생활 사나이가 됐다가 육아의 신이 됐다가 사려 깊은 남편이 됐다. 또 지금껏 해온 <장영실>, <주몽>, <해신> 등의..
목소리의 향香 목소리에도 향기가 있다. 배우 박주미의 목소리에는 프레시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배어 있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때는 밝은 에너지를 얻고, 헤어지고 난 뒤에는 잔향이 귓가를 맴돌아 여운이 남는 그런 목소리. 그래서 계속 그녀의 목소리 안에 머물고 싶어진다._연기할 때 배우 박주미의 목소리는 평소만큼이나 깊고 넓고 여유롭다. 지난해 드라마 <옥중화>에서 ‘정난정’으로 데뷔 후 첫 악역을 맡았을 때도 그랬다. 대중이 그녀에게 기대하는 국민 첫사랑 이미지에서 벗어난 역할이었음에도 그녀는 주저함이 없었다. 오히려 정난정이 역사적 측면에선 악인이었을지라도 남편에겐 사랑스러운 아내였을 것으로 생각하고 캐릭터의 강약을 조절하는 노련함을 보여줬다.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된 권선징악의 서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드라마 <옥..
배우라는 굳은살 배우 문소리는 한 인터뷰에서 ‘배우는 마음을 쓰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정직한 직업’이라고도 했다. 온 마음과 온몸을 다해 부딪쳐야만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자주 다친다. 어느 자리에서나 여유와 기품이 느껴지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아, 몸과 마음에 배우라는 굳은살이 박여 단단해진 상태란 바로 저런 것이구나!’ 하고._반칙이다. 명백한 문소리의 반칙이다. 감독, 각본, 주연 세 역할을 모두 혼자 해냈다. 탄성을 지르려는 순간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앞에 붙은 수식을 확인한다. 탄성이 미묘한 탄식으로 바뀌는 순간. 영화 타이틀 앞엔 ‘자력갱생 프로젝트’라는 수식이 자리한다. 문소리의 자력갱생 프로젝트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유머에 중점을 둔 시나리오 덕분이다. 그녀는 무..
설경구라는 장르 사람의 인생에 시기에 따라 장르를 부여할 수 있다면 요즈음 배우 설경구의 장르는 ‘로맨스’다. 그것도 싱그러운 설렘 가득한 청춘 로맨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다시 칸을 찾고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갱신한 설경구는 생각했다. 자신은 절대 추락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만나고 만들어 갈 이름도 모를 캐릭터들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린다고._<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설경구가 연기한 한재호는 다정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누군가를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믿고 싶어 할 리 없다. 부모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그이기에 생존의 욕망으로 그 다정을 꾹꾹 눌러 담아 놓았을 뿐이다. 현수를 자신의 편으로 ‘감아’오기 위해 재호가 저지른 악행은 어쩌면 그의 최선이었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