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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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사무실에 있고 싶진 않아서 애플크럼블을 먹으러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 애석하게도 오늘은 애플크럼블이 없어서 언니의 추천대로 당근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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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 신입사원 취재 일정으로 남산 트래킹이 잡혀 있었다. 비가 와서 다른 것으로 대체가 되진 않을까, 하고 조금 기대했으나 얄짤없었다. 우산을 들고 산을 올랐다. 산책길 정도로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다. 내려올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남산 트래킹을 하는 신입사원 인원이 열 명이라기에 팀별로 움직이는 건가 했는데 그게 상반기 신입사원의 전부라고 했다. 그중 여자는 둘뿐이었고 그중 한 명은 25살, 나머지 한 명은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27살이었다. 심지어 남자애들은 대체로 27살이었고 간혹 25인데 빠른이라 나랑 동갑인 애가 있었다. 정말이지 녹록지가 않구나. 주변의 여러 얼굴들이 떠올랐다. 열 명의 아이들에게선 뭐랄까.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순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콧대가 조금 올라가 있는 듯하기도 했다. 대단할 것 없는 직장에 취직했을 때의 나도 그랬으니 그 애들은 얼마나 더 그럴까 싶어 웃음이 났다. 그래도 그 자부심으로 여러 해를 버텨내겠지. 새로운 사옥 앞에는 공원이 조성되는 대로 옮겨질 LOVE가 높여 있었고 사옥 한 층은 사면이 모두 책장이었다. 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부러운 부분이다. 한 달에 한 번은 저자와의 만남을 할 계획이라는 얘길 들으며 한 달에 한 번은 그 취재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내가 이 회사에 얼마나 더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