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OG

송년회

KNACKHEE 2016. 12. 30. 23:28

 

 

 

B ; 현재형으로.

 

H ; 나야? 원래 서로 말해주는 거였잖아. 너는 이랬으면 좋겠어~ 이렇게.

 

B ; 일단 자기부터 듣고 그 다음에 덕담. 녹취야? 지금 하는 거야?

 

H ; 불 들어왔다. 너부터 얘기해!

 

B ; 나는 2017년 연말에 2년차가 되어 있습니다. 그치? 1년차고 이제 2년차 되는 거지. 햇수로 따지면. 어쨌든 1년을 버텼습니다. 저는 SS화재 서비스에 직원이 되어 있습니다. 혹은 이직을 했겠다. 그런데 나는 목표는 버티는 거, 1년 버티는 거. 1년 전에 안 관둘 거야.

 

H ; 나는 1년 동안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해서 2017년 연말에는 해외에 나갈 준비를 어느 정도 해서 이력서를 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B ; 음. 좋다.

 

J ; 나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잡지 2개를 최소한 한 호씩은 발간했어. 그렇다. 그리고 나는 더 무심한 사람이 돼 있어.

 

H ; 무심한 사람?

 

J ; 응. 난 무심해질 거야.

 

H ; 상대방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

 

J ;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범주의 사람들에 대해서.

 

B ; 나는 2017년 사랑을 한다.

 

H ; 하고 있잖아! 아니야?

 

B ; 한다, 사랑을 한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한다.

 

J ; 좋음.

 

B ; 내가 나 이 사람 정말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성. 동성은 많이 사랑해, 이미.

 

H ; 뭐야, 또 해?

 

B ; 하나 더 해. 재밌다.

 

H ; 쟤가 연애 얘기 하니까 나도 연애 얘기 해야 될 것 같은데. 나는 지금의 남자친구랑 이전의 나의 연애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이 사람과는 다른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B ; 좋아. 너도 마지막.

 

J ; 나? 뭐하지? 난 아까 두 개 얘기했는데.

 

B ; 하나 더 해.

 

J ; 뭐하지? 뭐 해?

 

H ; 너가 되고 싶은 거.

 

B ; 아무거나.

 

J ; 나는, ... 나는, 그리스 아저씨랑 창피하지 않게 대화하고 있을 거야.

 

B ; 오- 멋있다.

 

H ; 그럼 우리 둘 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

 

B ; 좋다. 좋아. 좋다. 이제 끝.

 

H ; 아니야, 서로에게 덕담해.

 

B ; 덕담? JH가 잘 웃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J ; 나 잘 웃어.

 

B ; 그런 거 말고. 스스로한테 관대할 수 있는 사람.

 

J ; 되게 관대한데, 큰일 났네.

 

B ; 아냐, 난 그랬으면 좋겠어.

 

J ; 알겠어.

 

B ; 뭔가 가끔 난 너가 그런 게 느껴져. 남들한테 넌 좋은 사람이야, 라고 말해주는 게 느껴지는데 너 스스로한테도 그런 말을 잘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J ; 감사. 하하.

 

B ; 아니, 진짜 난 그랬으면 좋겠어. 이건 모두한테 하고 싶은 말이야. 나 자신을 내가 스스로 사랑해야 하니까. 그리고 너는 멋있는 사람이야. 난 항상 그렇게 생각해.

 

J ; 나도 알아.

 

B ; 좋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칭찬하면 고마워, 할 수 있는 사람. 언니는 좋은 거 같아, 지금. 그런데 1년 뒤에도 좋았으면 좋겠다.

 

H ; 감사합니다.

 

B ; 그리고 남자친구 때문에 언니가 많이 행복해졌잖아. 언니가 좋아하는 거 할 수 있게 됐으니까. 뭔가 관계에서 얻는 행복보다 스스로 찾는 행복도 느꼈으면 좋겠다.

 

H ; 맞아. 내가 관계에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지.

 

B ; 물론 관계에서 얻는 행복도 굉장히 좋지만 언니가 스스로, 찾는 행복. 그런 것도 언니가 발견할 수 있는 성장을 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합니다.

 

H ; 알겠습니다. 나는 JH는, JH가 무심해지고 싶다고 했잖아. 그게 지금 JH가 다른 사람들한테 베푸는 거 모두 좋은데 그만큼 얘가 사람들한테 상처를 잘 받는다는 거잖아. 그래서 얘가 그렇게 되고 싶은 거고. 그래서 JH가 내년에는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J ; 너부터 잘해-

 

H ; 나 모오-

 

B ; 그래에. 언니부터 잘 해.

 

H ; 그래, 내가 연락이 소홀했지. 미안해.

 

J ; 원래 그랬거든.

 

B ; 나는 그래서 JH가 스스로 이렇게 많이 애꼈으면 좋겠다는 거야.

 

J ; 나는 나 되게 애껴. 장난 아냐.

 

B ; 좀 더 성숙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H ; 잘 할 거야.

 

B ; 근데에 - 맞아. 좋은 남자를 만나자. 너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줄 수 있는 남자. 이건 나한테도 해당되는 말이야.

 

H ; 그리고 B는, B는 너무 좋아. 뭐가 있을까. 새롭게 시작했잖아. 분명, 다 좋진 않을 거 아냐. 우리가 마음을 다잡고 들어가도 부딪치잖아. 그때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

 

B ; 처음이니까 또. 아마 또라이가 많겠지?

 

H ; 재가 왜 저러지? 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납득이 안 되는.

 

B ; 어떻게 해, 그때는?

 

H ; 무시해야지. 걔 때문에 내가 회사를 관두거나 그러면 안 되지. JH! 네 차례야.

 

J ; K씨는 B가 했던 말이랑 같은 말. 그냥 관계 없이도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혼자 시간을 잘 견딜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B는 중심을 잘 지켰으면 좋겠어.

 

B ; 어떤 중심?

 

J ; 많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환경이 갑자기 많이 변하니까.

 

B ; 맞아, 그럴 것 같아.

 

J ; 중심을 지키는, 그러니까 마음을 지키는 거. 그게 어려울 것 같아.

 

B ; 올해 쉽지 않았어. 내년엔 더 쉽지 않겠지? 사회에 발을 내딛으면 쉽지 않겠지, 매년 매년. 내가 쌓아왔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질 것 같기도 해.

 

J ; 음 - 그럴 수도 있지.

 

B ;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게 맞지 않을 수도 있지.

 

J ; 너가 많이 타협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을 수 있고.

 

B ; 좀 그게 무섭긴 해. 내가 타협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거든. 나름 독고다이인데. 되게 좋아진 게 이만큼이거든.

 

J ; 너는 어떤 면이 제일 타협이 안 돼? 어떤 부분이?

 

B ; 이성 관계에서 가장. 아닌 건 아냐.

 

H ; 그거는 좋아하면 돼. 나도 이상 관계에서 타협을 몰랐던 사람인데.

 

B ; 그런데 그런 것 치곤 오래 사겼잖아. 나는 아니면 바로 아니고. 썸 때부터 하나만 수틀려도 그냥. 그런데 이거는 남자친구한테 더 극심한 거고. 그냥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서도 좀 그래. 어, 쟤 내가 좋아하는 인상이야, 아냐. 별로. 처음부터 그냥 별로. 둘은 내가,

 

H ; 합격했네, 우리.

 

J ; 감사하다.

 

B ;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걔가 날, 내가 또 쫌 티가 잘 나잖아, 좋고 싫고가. 이게 굉장히 사회성이 좋아진 상태란 말이야.

 

J ; 모르겠어, 너는 항상 늘 기억속에, 늘 사교성이 좋은 모습이었어가지고.

 

B ; 아 진짜? 그런데 그런 것 치곤 주위에 별로 사람이 없어.

 

H ; 그래?

 

B ; 그렇지 않나?

 

H ; 사람이 꼭 많아야 되나, 좋은 사람이 있으면 되지.

 

B ; 나는 항상 그게 감사한데, 그러니까 이런데도 불구하고 내 곁에 있어 준 사람들? 나는 좀 그런 것 같아. S랑도 이야기한 게 아 쫌 걔가, S가 날 봤을 때는 난 되게 쎈 애. 독고다이. 그냥 지가 싫으면 싫고 좋으면. 호불호. 앞뒤, 흑백, 이런 느낌?

 

J ; S는 좀 잘 맞춰줘?

 

B ; S는 좀 애야. 이런 거 녹음하면 안 돼~

 

J ; 아냐, 괜찮아.

 

B ; 걔가 좀 여려. 자기가, 걔도, 정을 좀 쉽게 주고, 상처를 많이 받으니까 상처를 안 받으려고 자기를 챙기는 스타일이지. 많이 여려. 그런데 걔가 날 봤을 때는 내가 너무 센 거야. 친구들이랑 다섯 명이서 놀 때도 나는 가기 싫으면 안 가, 다섯 명 모임이라고 해서. 그런데 걘 가. 나는 안 간다고, 내가 너무 힘들고 그러면. 그니까 근데 내가 사람들 처음 만날 때는 안 그래. 그런 모습을 굳이 노출할 필요 없잖아. 내가 센 걸. 사회생활이니까. 뭐 이런 거지. 그런데 S가 봤을 때는 내가 놀림 당하고 한 게 어색한 거야. 놀림 당하면 기분 나쁘면 바로바로 말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어차피 사회생활이니까 굳이 놀림 당할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냥 깔고 들어가는 게 낫지. 그 중에서. 왜냐면 내가 먼저 말 걸고 오빠 막 어쨌냐 그러면 그 중에 내가 좀 편하니까 내가 좀 놀림 당하고 뭐 하고. 그러니까 S는 약간 사람들이 나한테, 우리가 DISK 검사를 했다. DISK 뭔지 알아? D가 주도형이고 I는 대인관계, 사교형이고 이런 건데 사람들이 다 나한테 I형이다. B가 완전 I형이지. 그런데 사실 난 D가 나왔어. 그리고 S한테 나는 완전 D인 거야. 옛날에는 내가 남들 신경을 안 썼는데 이젠 뭔가 사회생활 하면서 남들 신경 되게 많이 써. 눈치를. 이런 관계에 있어서. 내가 좀 이미지가 쎄 보인다 이런 얘길 많이 들어서 좀 이렇게 직설적으로, 다이렉트로 하잖아. 그래서 좀 신경을 쓰는데, 하튼 좀 그런 것 같아, 성격이. 사교적인데 나는 지속은 못, 힘들어, 피곤해. 우리는 편하니까 만남 자체가 스트레스 받지 않는데 나는 이 주 동안 너무 힘들어서 화장실도 거의 못 갔어. 그러니까 성격이 사교적이고 좋긴 한데 동시에 내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한 사람? 난 힘들면 혼자 풀고, 집 밖에 안 나오고, 누워 있고, 사색하고, 멍 때리고. 좀 피곤해 하는 스타일. 사람 사귀는 거 되게 좋아하고 다양한 사람 만나고 이야기 듣고 이런 건 좋은데. 그래서 S는 내가 친구가 되게 많은 줄 알아. 그리고 여기 60명인데 네가 나보다 아는 사람 훨씬 많을 걸, 하는데 딱히 나는 친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거든. S만 친하지. 좀 괴리가 느껴지는 것 같아, 그런 거에서. 남들 보일 때 내가 굳이 쎄 보일 필요 없고 나댈 필요 없으니까. 그러니까 막 나 놀려도 그냥, 아- 오빠, 나랑 싸우자. 뭐가 맞는진 잘 모르겠어. 내가 적을 안 만드는 타입은 또 아니잖아. 싫으면 싫으니까. 그런데 몰라. 다른 사람이 볼 때 내가 되게 궁금해.

 

H ; 나도 되게 남 되게 많이 의식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 하기 싫어서 그냥 넘어가고 약간 이런 스타일인데. 그런데 회사 다니면서 바뀐다. 내가 3개월 만에 되게 많이 바뀌었어. 대표님이 나랑 어제, 우리 회식했거든. 술 마시다 이런 얘기 하는 거야. H매니저는 되게 일을 잘 잘라, 이런. 내가 고객사에서 뭔가 요청을 했을 때 이걸 잘 받아주는 사람이 있고 딱 잘라내는 사람이 있는데 난 되게 잘 자른대. 내가 물어봤어, 남자친구한테. 내가 일을 잘 잘라? 하고. 원래 되게 못했었는데 어느 순간에 한계에 부닥치니까 그 뒤로 되게 잘 자르던데, 이러는 거야. 내가 OO기획이랑 일을 하면서 되게 힘들었어. 얘네가 요구를, 내 전화통에 맨날 불이 나는 거야. 진짜 쪼그마한 것도, 지네가 구글링 하면 나오는 건데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내가 자기네 무슨 그거인 것처럼. 항상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내가 그걸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 메일 쓰는 말투나 전화 받는 거나 이런 게 딱 바뀐 거야. 일을 잘 자르는 사람이 된 거야.

 

B ; 어떻게 잘라?

 

H ; 나? 음. 일단 뭐. 이걸 요청을 해왔을 때 제가 여기까지는 이렇게 이렇게 해 드리는데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시면 돼요, 뭐 이런 식으로 아예 이걸 줘 버린다던지. 매번 뭔가 요청에 오는 거에 대해서 그냥 가이드라인을 한 번 주고 끝내버리던지. 이런 식으로 일을 자르는. 되게 많이 바뀌는 것 같아. 사람이 3개월이면 짧은 시간인데 그 안에서 되게 많이 바뀌어.

 

B ; 그런데 막 나는 좀 그런 거 있어. 내 성향 자체는 저런 성향인데 사회적으로 보이고 싶으니까 죽이는? 그런데,

 

H ; 다시 다 드러날 걸? 왜냐면 그걸 다 받아주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막,

 

B ; 답이 없어.

 

H ; 어. 엄청 막 그거 해.

 

B ; 그런데 내가 또 그렇게 견디는 스타일도 아니야. 그런데 막 그런 거지. 이 일이 개인적인 업무라 팀으로 하는 게 아니라 B2C니까.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거니까 외부 고객이 아니라 내부 고객을 대하지. 그런데 내가 스터디를 했을 때 여기 스터디 딱 갔는데 답이 없는 거야. 보험에 보,도 모르는 거야. 상해보험과 화재보험의 차이도 모르고 질병과 상해의 차이도 모르고 상해가 다친 건 줄 알고 있는 거야. 상해는 재해거든. 완전 초짜가 온 거야. 빡치잖아. 스터디는 배우러 가는 건데. 같이 공유를 해야 되는데 그것도 안 되고. 내가 좀 타이트 하게 했어, 거기 가서. 왜냐하면 내가 여기서 배워가야 되고, 배우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내가 이걸 이끌어야겠구나. 그래서 내가 확 이끌었어. 거기서 내가 좀 무서웠나봐. 답이 없으니까. 애들이 막. 여기 왜 지원했어요? SS라서 지원했다고 하고 있는 거야.

 

H, J ; 어이구야.

 

B ; 내가 그랬지. SM 씨 이렇게 말하지면 떨어져요. 이렇게 말했지. 안 돼요. SM 씨 말 빠르고 전혀 오고 싶단 생각 안 들고 이렇게 하시면 안 될 것 같다고. 내가 하드캐리를 했나봐. S가 오죽하면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그런데 결국 일곱 명 중에 다섯 명이 붙었어. 그런데 그 다섯 명이 나까지 포함해서 다섯 명이 나랑은 첫 날 만났던 사람이야. 나머지 두 명은 아니야. 그래서 나는 나한테 절 하라고 하는데, 걔네들이 당황하는 거지. 거기서의 나와 여기 와서의 내가 너무 다른 사람인 거야. 그러니까 나중에 다섯 명이 되니까 저녁에 이야기하고 할 때 그때 B언니가 스터디할 때 엄청 무서웠어요, 이런 얘기 하는 거야, 나 없을 때. 다른 애들이 야 B, 너 스터디 할 때 완전 무서웠다며 - 이러고. 그때는 약간 정줄 놨었구나.

 

J ; 그런데 다 너지 뭐.

 

B ; 다 난데, 그건 좀 부정하고 싶은 모습? 그땐 내가 너무 날카로웠고 답도 없고. 여기서 나는 여기서 뭔가 내 시간을 내야 되고 스터디를 해야 되는데 애들이 어떻게 하는지 진행 방식도 모르고. 나는 몇 번 해봤고. 그러니까 나는 딱 가자마자 저희 지금 3시간 남았는데 앞으로 토론은 이 다섯 개 주제에서, 보통 제가 하반기에 경험했던 주제는 이 정도인데 여기서 한두 가지 더 추가해서 이걸 돌려서 하시고. 아예 내가 프로그램을 다 짜줬어, 커리큘럼을. 그 다음에 인성 검사는 10분씩 하시고 관찰자 한 명 하시고 두 명은 면접관 하고 한 명은 하자 이런 식으로 해서 했는데. 그게 이제 피드백 할 때도 나는 좀 면접을 해 봤으니까 이런 부분은 안 좋고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시고 이런 식으로 했는데 그게 이제 무서워 보였다는 거지. 솔직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세 보인다, 직설적이다, 강하다 이런 얘길 많이 들으니까 이런 말 듣기가 이젠 싫은 거야. 그게 좋은 의미는 아니잖아. 직설적이다, 솔직하다. 좋은 의미로 말하는 건 아니잖아. 세다. 할 말은 한다. 그런데 좀 그런 것 같아. 그걸 의식하니까 피곤했던 것 같아. 연수원 때. 집에 가고 싶다. 재밌어. 재밌고 좋은데 좀 피곤하고. 중간 중간 숨길 수 없는 게, 또 본색을 숨길 수 없는 게 S한테 가지만 쉬는 시간에 막 같이 이야기하고 밥 같이 먹고 하는데 나는 딴 사람들이랑 먹고. 내가 좀 친해지고 싶은 애들이 있잖아. 얼굴 형이. 우리 조 애들이 B는 다른 조 더 좋아한다고. 그런 건 아닌데 굳이 거기 있는 애들이랑 친해지고 싶은 애들이 없으니까. 딱 파악 되잖아. 우리 조에 CSY 같은 애가 있어. 아까 말했잖아. 진짜 안 맞아, 나랑. 부딪치기 싫으니까, 아예 피해버리는 거지. 걔랑 이야기를 섞으면 내가 싫어지니까. SY이랑 나랑 진짜 상극이거든. KM이도 약간 그런 것 같긴 한데. 그런데 언니, 맺고 끊음이 생기는 건 좋은 것 같아. 그게 뭔가 어른이 돼 간다는 거지.

 

H ; 그러니까 내가 주로 상대하는 게 최소 대리거든. 대리, 팀장, 차장, 부장까지 있고 막 이래. 이 사람들은 이미 사회 생활을 오래 해서 능구렁이 같아.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가 가져갈 건 가져가는 이런 스타일. 그리고 분명히 나랑 통화할 때 이렇게 말 안 했는데 이메일 오는 거 보면 자기 유리한대로 쫙 써서 보내고.

 

J ; 아, 맞아.

 

H ; 이런 걸 자꾸 겪으니까 나도 자꾸 변해가는 거야.

 

B ; 이제 안 당해?

 

H ; 안 당하려고 하지.

 

B ; 어떻게? 노하우 좀 알려줘.

 

H ; 일단 회의가 끝나면 메일은 내가 먼저 쓴다.

 

J ; 맞아. 그리고 정말 그 내용을 다 적는 거지. 통화 내용이 이랬는데 -

 

H ; 내가 선수친다.

 

J ; 중요해.

 

B ; 서면으로 남기는 거?

 

J ; 어. 필요하면 녹취도 해.

 

H ; 나 회의 녹음해.

 

B ; 다?

 

H : 고객사 미팅 가면 녹음해.

 

J ; 말이 너무 진짜 확확 바뀌니까.

 

H ; 데인 거지.

 

B ; 그렇게 기록하고 녹취하면 효과가 달라?

 

; 증거가 생기는 거지. 너가 이렇게 얘기했다.

 

H ; 그리고 나도 듣고 내가 까먹잖아. 그러니까 그걸 녹취를 하고 정리를 하면 그때 그 미팅을 내가 좀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니까. 나중에 그때 이렇게 이렇게 이런 의도로 말씀하셨잖아요, 이렇게 할 수 있지.

 

B ; 어렵다. 난 아마 고객 상대할 거야. 블랙컨슈머. 왜 천만 원 안 줘요? 천만 원 줘요. 금감위에 신고할 거예요, 이런 사람들 상대할 거야, 이제. 그럼 고객님, 죄송합니다-

 

H ; 화 난다니까.

 

B ; 이게 저희가,

 

H ; 미안합니다와 감사합니다의 어감이 얼마나 다른데.

 

B ;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입니다. 저희는 회사 창립일 이후 이런 경험이 한 번도 없습니다. 판례에 이런 판례가 없습니다. 제가 알아는 보겠지만 불가능합니다. 무슨 욕 무슨 욕 하시겠지.

 

H ; 얘도 스트레스 장난 아니겠다.

 

B ; 그래서 악기를 배우려고. 나는 현악기를 배워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 플룻이랑, 내가 했던 게 피아노, 가야금 했는데 완전 현,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해 본 적이 없어. 그래서 현을 해 보고 싶다. 바이올린을 해 보고 싶은데, 바이올린은 초보 때 소리가 너무 끽끽 나더라고. 끽끽 끽끽 끽- 첼로는 좀 덜 하더라고.

 

H ; 첼로는 비싸.

 

B ; 그래서 첼로를 하고 싶다 했는데 그 무거운 걸 짊어지고 다닐 자신이 없는 거야. 시청 근처에 분명 홍대 가까워서 배우러 갈 데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바이올린은 그 끼익 끼익 하는 걸 견뎌 낼 자신이 없는 거야. 그 끼익 끼익 하는 걸 안 하려면 한 100만 원 주고 시작하면 된대. 그럼 좀 덜하대. 그런데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예뻐. 저번에 바이올린을, 교수님이 교회에 왔어. 연주하시는데 정말 눈물 나는 줄 알았어. 너무 좋아서. 그냥 막 그런 거 있잖아. 왜 바이올린이 가장 사람의 목소리랑 비슷하다고 하잖아.

 

J ; 그건 첼로 아냐?

 

B ; 아니야, 바이올린이라고 했어. 그런데 하여튼 뭔가 그런 심장을 울리는. 아. 뭔가. 이렇게 셋이 만나야 한 해 보내는 기분이야.

 

J ; 맞아. 이제 끝났어 한 해가.

 

H ; 스물여덟이야.

 

J ; 스물일곱!! 좋음!

 

H ; 난 여덟 싫어.

 

B ; 언니 결혼하면 또 내가 뭐 해줘야지. 뭐 해주지?

 

H ; 일단 와.

 

B ; 에이, 가야지. 나 들러리 이런 거 하면 안 돼? 나 약간 좀 그런 로망 있어. 들러리 로망 있는데. 그런 거 있잖아. 막 그 결혼 사진 찍을 때 친구들 같이 옷 맞춰서 입고 해주는 거. 남자 쪽 친구들이랑. 나 해 주면 안 돼? 우리 둘이 갈게.

 

H ; 얜 엉겹결에.

 

B ; 갈 거지? 갈 거지?

 

J ; 뭘 가.

 

B ; 가야지. 가야 돼. 드레스 맞춰 입고 그거 하는 거 있잖아.

 

J ; 드레스 색깔 구리면 나 안 할 거야.

 

H ; 원래 들러리는 색깔 구린 거 입는 거잖아~!

 

J ; 싫어, 안 해.

 

B ; 아니, 근데 그게-

 

J ; 아니야, 그래도 예쁜 거 해 줘야지. 양심 좀 있어라.

 

B ; 우리가 사진 찍는 거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걸 고르자.

 

J ; 그래.

 

B ; 아니, 사진이니까. 길이 길이 남는 건데.

 

H ; 얘네가 들러리의 본질을 모르네.

 

J ; 아니야 -

 

B ; 흰색만 아니면 되잖아.

 

J ; 그래에 -

 

B ; 우리 뭐 할까? 빨강 할까, 빨강?

 

J ; 파란색.

 

H ; 더 튀어, 더 튀어!

 

B ; 파랑 그런 거 할래, 코발트 그런 거.

 

J ; 오 - 좋음! 좋음!

 

B ; 알겠지 돈 많이 벌어야 돼, 그니까. 결혼 자금.

 

J ; 그래, 그런 거 해 주는 거라고. 드레스 하나씩은 사 줘야지.

 

B ; 대신 우리가 가전제품 하나 해 줄게.

 

J ; 그래, 뭐 해줄까? 냉장고?

 

B ; 아냐, 냉장고 비싸.

 

J ; 그럼 세탁기.

 

B ; 세탁기, 세탁기, 세탁기. 드럼으로 해 주자.

 

J ; 그래. 여력이 남으면 비데도 설치해 줄게.

 

B ; 안 남아.

 

J ; 아, 안 남을까?

 

B ; 세탁기 얼마나 하지? 세탁기 한 150 하지 않아?

 

J ; 아, 그래? 그렇게 비싸?

 

B ; 세탁기.

 

J ; 그래, 세탁기.

 

B ; TV도 비싸서 안 돼.

 

J ; 안 돼, 안 돼.

 

H ; 냉장고랑 TV가 제일 비싼 거 아냐?

 

B ; 그러니까. 냉장고 막 사오백 하던데. 양문형. 우리는 세탁기.

 

H ; 냉장고 그렇게 비싼 거 안 해줘도 돼. 왜냐면 내가 음식을 많이 안 넣어 놓을 거야.

 

B ; 아. 그럼 냉장고, ... 세탁기랑 냉장고 중에 싼 거.

 

J ; 세트로 파는 거. 떨이로.

 

B ; 디스플레이 돼 있고 그런.

 

J ; 이거 그냥 가져가시라고 막.

 

B ; 둘 중에 싼 걸로 해 줄게. 아아, 들러리 사진 찍고 싶다고. 쫌 그런 거 해 보고 싶단 말이야. 나 이미지 사진도 안 찍어 봤어. 내가 봤을 때 우리 중에 언니가 제일 먼저 결혼해. 언니 얘랑 결혼했으면 좋겠어. 그냥 얼른 합쳐. 남자 돈 좀 모아놨고 집도 있겠다. 몇 평이야?

 

H ; 18평.

 

B ; 둘이 시작하기 딱 좋네.

 

H ; 방 세 개야.

 

B ; 18평인데 방이 세 개면 하나가 얼마나 쬐깐한 거야.

 

H ; 부엌 겸 거실. 그래서 방 하나 터서 거실로 쓰는 거야.

 

B ; 괜찮네. 거기서 시작하면 되겠다. 그냥 뭐 마음 맞으면. 그런데 걔도 결혼할 마음이 있어, 언니랑?

 

H ; 그렇대.

 

B ; 그럼 어여 해. 애는 낳지 말고, 당분간. 한 서른 넘어서 낳아. 신혼 즐겨. 왜, 아니야? 그러면 쪼끔 걸리면 혼인 신고 일 년 뒤에 해.

 

J ; B야아-

 

B ; 왜? 쫌 그래?

 

H ; 야, 너 날 보내는데, 오늘?

 

B ; 왜 , 쫌 그래? 나 너무 개방적이야? 나 쫌 개방적이야?

 

H ; 아니 그런데 혼인 신고는 되게 늦게 많이 해. 혼인 신고를 하고 안 하고가 세금부터 시작해서 그런 거에 되게 영향을 많이 미친대.

 

B ; 신고 하면 안 좋아?

 

H ; 안 좋다던데. 그리고 유학을 가서 공부할 생각이 있으면 또 결혼을 안 하는, 혼인 신고를 안 하는 게 유리하고 이런 게 있대.

 

B ; 비자가 나오는 게 수월해. 그렇게 하면 불법체류가 이런 게 많아서.

 

H ; 그래서 회사에 있는 애도 남자애가 임신 해서 결혼을 해야 돼. 혼인 신고는 안 한다고.

 

B ; 그래도 우리 혼전 임신은 하지 말자.

 

J ; 그래. 그것만큼은.

 

B ; 그러니까 날 잡아 놓고 하는 건 인정. 그건 혼수지.

 

J ; 싫어.

 

B ; 아니야, 난 그건 괜찮아. 날 잡아 놨는데. 11월에 결혼할 건데 10월에 생겼어, 그건 괜찮은데, 근데 나는 언니를 위해서 서른 이전에 애 안 낳았으면 좋겠어. 여자는 애 낳으면 여자로서의 인생이 많이 끝나는 것 같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았냐면 나랑 되게 친한 언니가 애를 낳았어. 그런데 그 언니가 되게 잘 꾸미고 항상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당당한 언니였는데 맨날 애 이야기만 하는 거야. 그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언니 스스로 맨날 풀메이크업 하고 다녔는데, 옷도 이제 후줄근한 저지 입고. 그런 거 보면서, 남편이랑 도란도란하고 애 있고 안정적인 건 너무 좋은데 한편으로는 여자로서의 인생은, 이제는 엄마잖아, 누군가의. 여자인 나보다 엄마인 내가 더 커지는 느낌? 그래서 내가 굳이 서른 이전에 그렇게. 백 세 시대인데. 언니 왜 눈물을 글썽거려?

 

H ; 아니야.

 

B ; 난 좀 그랬으면 좋겠어.

 

H ; 나도 애가 그런 의미 말고 다른 의미로 늦게 갖고 싶은 게, 내가 애를 키울 자신이 없어.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된 느낌이야. 내가 애가 빽빽거리고 울고 내가 잠 못 자고 그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거에 대해서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B ; 그렇지 쉬운 거 아니지. 쉬운 거 아니지. 진짜. 쉬운 거 아니지. 완전 쉽지 않지. 그냥 안 쉬운 것 같아. 그러니까 그때 언니가 그러더라고. 6개월까지는 애가 안 예뻤대. 괴롭히니까. 남들은 예쁘다고 하는데 안 예쁘더래. 그런데 6개월이 지나니까 이제 예쁘대. 엄마로서 마인드가 잡힌 거지. 그런데 첫째는 애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대. 키우는 방법도 모르고 사랑을 주는 방법도 모르니까.

 

J ; 친해져야지, 애랑 엄마랑.

 

B ; 애도 그렇고 방법을 모르고 서투니까. 처음 강아지 키울 때랑 똑같은 것 같아. 그런데 언니가 둘째 낳아야지, 이러고 있는 거야. 그래서 언니, 저 언니가 둘째 낳을 거란 얘기 할 줄 몰랐다고. 언니가 애 낳을 줄 상상도 못 했고. 변하나봐.

 

H ; 하나 낳으면 둘째는 좀 더 쉬우니까.

 

B ; 그런데 결혼하면 좋을 것 같아. 언니는 잘 할 것 같아. 안정적이 될 것 같아.

 

H ; 난 오히려 혼자 사는 것보다 여럿이 사는 게 안정적일 것 같긴 해. 내 성향 자체가 되게 그런 것 같아.

 

B ; 그런데 동시에 언니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따로 또 같이. 아니, 힘들어. 외로운 일이잖아.

 

H ; 되게 많이 흔들려. 상대가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서 나는 되게 영향을 많이 받아.

 

B ; 그러니까. 힘들어. 힘들지.

 

H ; 친구가 힘든 거랑, 힘든 상태에 있는 거랑, 남자친구가 지금 힘든 상태에 있는 거랑은 되게 다르잖아. 매일매일 나랑 연락해야 되는 사람이 지금 되게 상태가 안 좋다는 건 내가 그만큼 같이 끌려 내려갈 여지가 많은 거니까.

 

B ; 동시에 그만큼 언니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H ; 그렇지.

 

B ; 잘 할 수 있을 거야.

 

H ; 그런데 얘가 나랑 생각하는 것도 되게 다르고 한데 소름끼치게 나랑 같은 게 있어. 자기 방어하는 거나 이렇게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그게 되게 나랑 비슷해서 어쩔 땐 되게 상처 받아. 쟤가 나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야. 그런데 나는 저 말을 하는 의도를 이미 알고 있어. 내가 되게 자주 하는 거니까.

 

B ; 무슨 말?

 

H ; 예를 들어서 내가 좀 서운했어. 미안해, 내가 요즘 여유가 없어서 그랬어, 이러면서 얘길 하는데. 내가 되게 자주 했던 말이야 전 남자친구들한테. 그 말을 들으면 저건 여유가 없는 게 아니랴 쟤가 저기까지인 걸 난 알아. 그래서 되게 좀 그런 거야.

 

B ; 언니가 진짜 많이 좋아하나보다.

 

H ; 되게 서운하더라.

 

B ; 좋아하니까 서운하지.

 

H ; 그 말이 되게 슬펐던 게, 어디선가, 얘가 나한테, 나는 최선을 다해서 너를 좋아해주고 있어, 라고 했는데 그게 내가 이 아이에게 하는 최선과 얘가 나한테 하는 최선이 다르다는 걸 느낄 때 되게 슬픈 거야. 나라면 내가 아무리 기분이 나쁘고 그래도 얘 앞에서 그렇게 못했을 거야. 내가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 앞에선 아무리 막 했어도. 이 아이이기 때문에 내가 못하는 것도 있잖아. 그런 게 자꾸 생긴단 말야. 그런데 얘가 그렇지 않을 때? 아, 얘가 생각하는 선이랑 내가 생각하는 선이 다르다는 걸 느낄 때.

 

B ; 그런데 언니도 알잖아. 기다려주는 것밖에 없다는 거 알잖아. 종용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약간 나는 그런 남자를 기다렸던 것 같아. 내가 마음을 열 수 있게 기다려주는. 나는 내가 언젠간 마음을 열 거라는 걸 알아. 남들보다 쉽지 않을 뿐이지. 나도 자기 방어 기제가 굉장히 강한 사람인데.

 

H ; 얘도 그래.

 

B ; 보통 자존심 센 사람들이 그렇잖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반대로 말하면 내가 자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사람인 거지. 상처 받기 싫으니까. 그런데 내가 그런 걸 하나씩 꺼내서 다 보여줄 수 있을 만큼 기다려 줄 남자를 찾았던 게 아닐까. 그런데 보통 다 못 기다려. 왜 너는 나한테 이만큼 안 해줘? 왜 넌 내가 이만큼 해 주는데 안 해줘?라고 자꾸 푸시를 하지, 은연중에. 그런데 약간 이 오빠가 좋은 건 그런거? 내가 오글거리는 말을 하면 어쩔 줄을 몰라 해, 내가.

 

H ; 그런데 좋지?

 

B ; 아니, 좋은 것보다, 내가 머리로는 이해하는 거지. 이렇게 말을 하면 이렇게 말을 해야겠다. 노력을 하려고 해. 그런데 나한테 그러는 거야. 노력하지 않아도 돼. 너무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돼. 그 말 한 마디에 약간 동해서 사귄 것 같아. 그 말이 없었으면. 그러니까 그게 보였나봐. 내가 어색해 하고 미쳐하고 오글거리는 말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뭔가 애쓰는 모습이 보였나봐. 보이지. 내가 또 이렇게 티가 안 나는 사람이 아니잖아. 그런 말 딱 들으면. 그런데 아닌데 막 어- 그래 나도 - 뭐 그래, 그런 식으로 하려고 하는데. 내가 알아서 잘 할 테니까 너는 그냥 괜찮아. 나중에 너가 변할 수 있겠지. 지금 당장 너한테 원하는 거 아니니까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가 열심히 더 잘 할게, 이렇게 말하는 거? 거기서 약간, 아 좋다. 고맙지, 솔직히. 그래서 약간 내가 좀 의심이 많잖아. 얘는 내가 좋아서 저러는 건가 원래 다정한 스타일인가. 굉장히 의심이 많아. 인간군상에 대해서 이제 워낙 이상한 애들을 많이 만나니까. 그런 것 같아. 사람을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환상이 깨지는 것 같아.

 

H ; 근데 그런 인간이 있고 안 그런 인간이 있는 거지.

 

B ; 그런데 그게 이제 없어지는 것 같아. 아, 쟤는. 내가 사겨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오빠도 생기고 허심탄회하게 나이가 있으니까 이런 저런 얘기 하다 보면 아 진짜 개쓰레기 진짜 많다.

 

H ; 많아.

 

B ; 우리 동기들이 정말 천사였다. 첫키스도 못 해 본 애들.

 

H ; 누가 누가.

 

B ; 그거 말하면 내가 어떻게 돼. YS이라고 내가 어떻게 말해. 아, 내가 PKW라고 어떻게 말해. PKW는 하다못해 모쏠이야. 자기는 평생 혼자 살 거래. 그런데 진짜 혼자 살 것 같아서, 무서워 내가. HS이도 아마 내가 알기론. 굉장히 순수한 아일 텐데. 이제 스물일곱인데 아직 뽀뽀도 못 해봐서 여자한테 얼마나 서툴겠어. 물론 나도 서툽니다. 저도 경험이 없어서요.

 

H ; 얘 왜 이래. 웃겨.

 

B ; 아 그런데 의심이 많아. 이 오빠는 정말 내가 좋아서 이러는 건가 아니면 사람적으로. 그렇잖아, 소개팅 나가서 이상하지 않으면 사귀지 않아? 난 아닌데. 나 같은 애들이 별로 없더라고. 나처럼 그런 애들이 별로 없더라고.

 

H ; 열 시 반이다. 우리 일어나야겠다.

 

B ; 부럽다 언니. 잘 사귀는 모습 보니까. 얼굴이, 표정이, 때깔이 달라.

 

H ; 요새 그런 얘기 많이 들어.

 

B ; 얼굴이 뭔가 환해.

 

H ; 내가 좋아하는 연애라 그래. 지금까지 맨날 예쁨받는 연애를 했는데 내가 별로 호응하지 않았거든.

 

B ; 지금 언니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남자애가 언니 좋아하는 것보다?

 

H ; 응. 그런데 되게 많이 표현해 줘.

 

B ; 그런데 아직도 막 언니가 갈구해?

 

H ; 갈구한다기보다 그냥 내가 먼저 좋아해서 사귄 연애니까 내가 더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는 거지.

 

 

 

덧. 문장을 다듬지 않고 그냥 옮겨 적었다. 그간 서너 번의 송년회가 있었지만 셋 모두 직장인인 상태는 올해가 처음이라 어쩐지 감회가 새로웠다. 우린 코인 노래방에서 손에 손을 잡고 촛불하나,를 부르며 모두 울컥했다. 이 노래를 처음 접했던 건 초등학생 땐데, 그때만 해도 이 노래가 이렇게 절절히 와닿을 날이 올 줄은 몰랐지. 음식 사진이 굉장히 맛 없어 보이게 나왔는데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샤로수길은 그냥 식당가였다. 이날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둘 사이에서 나는 정말 할 말이 없다고 느꼈는데 녹취를 풀고 보니 정말 할 말이 없었구나 싶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어쩐지 내년에는 송년회를 못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