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OG

WINTER BEAR

KNACKHEE 2019. 8. 10. 01:26


덕메와 만나기로 한 시각에 눈을 떴다. 옆 동네에서 보기로 했기에 망정이지 서울이었으면 어떻게 해도 만회가 안 될 상황. 택시로 날아가서 덕메를 마주하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흑흑. 정말 너무 미안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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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인 더 소울 2차는 돌비 사운드와 함께하는 관이었는데 음향 정말 좋았지만 뒷자리에 앉으신 어머님들이 돌비 사운드 만큼의 음향 효과를 내주시는 바람에 내내 신경이 거슬렸다. 한 아주머니가 다른 두 분을 그냥 끌고 오신 것 같았는데 애들이 등장할 때마다 쟤가 지민이고 쟤가 진이고-, 아니아니, 쟤가 알엠이라니까. 하시더니 나중에는 당이 떨어지셨는지 계속해서 부시럭거리면서 무언가를 드셨다. 그렇게 보시려면 안방에서 보셔야 하는데요, ... 쩜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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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괜찮았어요."


실은 영화를 통틀어 이 말이 가장 좋았다. 다 알 수는 없지만 화면 속 윤기는 무대에서 내려와 한 번도 아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나도 언제나 그 정도의 흔들림으로 괜찮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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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실수하면 아무도 모르잖아." 지민은 무대에서 실수하고 백스테이지에서 우는 정국에게 이렇게 말한다. 감탄할 포인트가 한두가지가 아니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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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니 잘못 아니야." 발 부상으로 무대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게 거의 확정인 정국에게 윤기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심에 있을 마음을 꿰뚫어보고 건네는 투박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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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팬들의 인터뷰를 관통하는 건 하나였다. '나와 나의 관계'. 주변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독립된 개체'로의 '나'를 위한 행복. 타인과의 관계에 매몰되고 지치지 않으려면 내가 나와 맺는 관계를 잘 살펴야 한다. 이 안과 밖은 늘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저녁에 만난 언니에겐 내 삶이 내 삶으로만 끝날까 두렵다고 고백했다. 언니는 일단 지금은 타인도 좋지만 자신을 위한 기도를 먼저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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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밀려올 공허를 알지만 그럼에도 축제는 필요하다. 그런데 축제를 생각하고 행복을 생각한 후엔 산산이 조각나 소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일상의 근육이 부족한 탓일 테다. 축제의 열기가 모두 가신 후의 일상을 잘 보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축제가 있기 때문에 일상을 연장해볼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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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라는 특별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 서로의 빈자리를 걱정하고 속상해 하는 게 부러웠다. 우리의 세계는 지금보다 점점 더 많이 달라질 텐테, 우리의 마음은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상황과 맞물려 달라지는 마음을 보며 어쩔 수 없지,라고 할 수밖에 없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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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너희는 정말 별이구나. 저 멀리서 반짝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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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는 사실 좀 투머치의 느낌이었고, 영상은 활동 보고서의 느낌이었다. 여러분의 사랑으로 저희가 이렇게 멋진 활동을 하고 돌아왔답니다!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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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작년 여름이 생각났다. 작년 여름 딱 하나 좋았던 것. 아. 콘서트 가고 싶다. 올해도 주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게 해줘. 누나 이러려고 돈 버는 거니까 포도만 남겨주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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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윈터 베어가 공개됐고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