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OG

살점들

KNACKHEE 2020. 4. 11. 19:38

 

 

 

죽음을 생각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쉬운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시절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죽음은 너무 가까이에 있다. 인생은 자꾸만 더 먼 미래, 더 나은 미래에만 가 있으려는 마음을 현재로 잡아오려는 매일의 연속인 것 같다.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미래를 이야기하다니. 어불성설이네. 그런데 진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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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19로 산호 작가님의 전시가 2주 미뤄져서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작은 공간이 아쉬웠고 공간의 크기만큼 제공되는 전시 정보 또한 아쉬웠다. 무료 전시인 걸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 좋은 공간에 멋진 작가님들을 초대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리즈의 의도를 좀 더 제대로 설명해주고 작가의 노트를 덧붙이고 그림을 거는 것 외에 영상이나 음악 등을 더할 수 있으면 더 좋을 테다. 안다. 다 자본의 문제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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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메에게 최근에 본 <플리즈 라이크 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드라마뿐 아니라 여러 서양 드라마들을 보면 의외로 우리나라보다 더 가족적인 것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어떤 맥락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덕메가 그런데 그럼 같이 있기만 하고 제대로 대화는 하지 않는 거 아니야? 하고 물었다. 그러고 보면 특히 <플리즈 라이크 미>에서는 전화를 할 때도 각자 자기 얘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덕메에게 그러게, 라고 답하고는 돌아오는 내내 그럼에도 왜 가족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인지 고민했다. 단순히 모여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표면적으로는 진지한 대화는 하지 않고 그냥 모여서 각자의 상황만 쏟아내는 것 같아 보이지만 같이 있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관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관점과 정보, 마음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인지하고 있기에 서로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위로해주고 서포트해줄 수도 있었던 거였다. 같이 있는 게 뭐가 중요해 마음이 중요하지, 라는 말들을 자주 듣는데 같이 있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마음도 생기지. 그리고 텍스트나 이미지로 전하는 마음도 소중하지만 온기와 표정으로 전하는 마음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