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월
새벽 한 시쯤 침대에 누워서 다섯 시까지 텍스트 영상을 봤다. 주로 해외 인터뷰 영상을 봤는데 그걸 보다 애들 해외 인터뷰 영상으로 넘어가니까 아렘이 진짜 고생을 많이 하네 싶었다. 텍스트는 다섯이 다 기본적으로 영어 인터뷰가(한 명은 하와이 출신이고 한 명은 초등학생 때 미국에서 산 적이 있고 또 한 명은 과고를 준비하던 애였다고 한다) 가능한데 애들은 그렇지 않다 보니 질문도 아렘이 해석을 해주고 답도 아렘이 통역을 해줘야 했다. 텍스트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까지 아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새삼 그동안 영어 방송에 대해 심적 부담감을 이야기해온 게 어떤 건지 알 것도 같았다. 모국어로 하는 븨앱도 스크립트를 쓰고 리허설을 한다는 앤데. 그런데 영상 보다 보니까 호비의 약진이 눈에 띄어서 놀랐다.
그리고 또 하나 든 생각은 텍스트 너무 잘하는데 역시 애들만큼의 파급력까지 가늠해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 애들 역시 웰메이드이지만 그런 그룹들 중에서도 날것의 느낌이 많이 나고 만국 공통으로 통하는 굴곡의 성장서사가 있다. 보편적인 청춘 서사를 큰 세계관으로 가져가면서 본체의 히어로 서사가 더해져 지금의 방탄이 구축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텍스트는 너무 매끄러운 느낌이다. 멤버들이 지금보다 앨범 제작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마법학교의 세계관은 속절없이 흥미롭지만 슴의 천체 세계관처럼 초반의 콘셉트로 애매하게 끝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마법학교 세계관보다 상위에 있는 개념이 역시 방탄과 다르지 않은 꿈, 성장, 연대이기에 세계관 장인 빅힛이라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것 같긴 하다. 애들의 학교 3부작, 청춘 3부작과 같은 식으로 큰 틀은 유지하되 세부 콘셉트는 끊어서 가는 루트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왜 텍스트가 애들과 비교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애들이 이룬 것들을 쫓아가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는 거지, 싶었다. 그러게, 왜 그랬지. 텍스트는 텍스트만이 갈 수 있는 길을 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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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자서는 꿈에서 누군가한테 다음 날 일찍 일어나서 하면 좋을 일을 알면서도 자기 절제를 못하고 이렇게 늦게 잤다고 혼났다. 내가 나를 혼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