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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2/04_ㄴ_ㄹ

KNACKHEE 2020. 5. 4. 20:27

20200502

너무 무기력하고 그냥 자고만 싶었는데 더는 미룰 수 없어서 조모임 자료 조사 차원에서 읽기로 한 책을 읽고 발췌했다. 그러고 나서는 펀딩으로 산 무화과 향수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향했다. 향수 펀딩은 세 번 중 두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자꾸만 맡고 싶은 향이었다. 무과화 향이 이렇게 쿨워터 향 뿜뿜일 줄은 몰랐네. 진짜 좋다. 그런데 요즘 진짜 인생에 자신이 없다.

 

 

20200504

Y언니는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내가 얼마만큼의 나인지 물었다. 내가 질문을 어려워하자 자신은 알고 보니 원래 흥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는데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차분한 맏이 이미지에 충실했던 것 같다는 말로 가이드를 줬다. 실은 자기 맏내라며. 나는 집에서는 거의 말이 없는 사람이라고 운을 뗐다. 그래도 C사 입사 전에는 퇴근길마다 엄마한테 전화를 하고 집에서도 이야기를 좀 하는 편이었는데 이후 삶이 지난해지면서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게 됐고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졌지만 안 하던 걸 다시 하려니 어색해서 결국 못 하게 됐다고.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언니와 P처럼 텐션이 높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친구나 회사 분들한테는 좀 밝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사족 같은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집에서와 밖에서의 내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말이 길어졌다.

돌아오는 길에는 왜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게 됐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 전까지는 회사에서의 일들을 꽤 상세히 말하는 편이었는데 C사에서 난관을 겪으면서는 엄마도 이 일을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말해봤자 답은 안 나오고 엄마는 계속해서 자리를 못 잡는 딸이 안타깝고. 그래서였던 게 아닐까. 그런데 오늘도 집을 지나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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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너의 구원자, 여호와이며 너를 생기게 하고 만물을 창조한 여호와다. 내가 혼자 하늘을 펴고 땅을 만들었다. 나는 거짓 예언자들과 점쟁이들의 예언이 틀리게 하여 그들을 어리석은 자로 만들고 지혜로운 자의 지식을 쓸모없게 하는 자이다. _ 이사야 44장 24절-25절(KLB)/

> 지혜로운 자의 지식을 쓸모없게 한다,는 말의 울림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