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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4-17_생각의 틈 만들기

KNACKHEE 2021. 3. 17. 18:37

예배를 드리면서는 '내 감동은 어디로 갔지?' 하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처음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을 때와 지금, 말씀을 들으며 느끼는 감동의 빈도 수는 왜 달라진 것일까? 사실 답은 안다. 그때는 말씀이 갈급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게으르게 무너져 있다. 그러고는 뜨생 친구들은 '내 제안에 기꺼이 자신의 세계를 넓혀주는 친구들이네' 하고 맥락 없는 생각을 했다.

 

작년 연말쯤 뜨생 친구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0호를 작업하면서 나는 독촉자의 역할을 맡았지만 이직을 하고 학기 시작이 맞물리며 진행되고 있는 1호의 작업에서 나는 독촉자의 타이틀을 스스로 잃었다. 오늘도 단톡방에서 사이드 프로젝트 얘길 하다가 '어차피 우리 인쇄하려면 멀었으니까 ㅋㅋㅋ (구 독촉자의 말' 하고 썼다. 그러자  M이 '뉴J는 독촉하지 않습니다! 편-안 합니다' 하고 답했다. 구,와 뉴,는 한끗 차이였다. 같은 상태를 지칭하는 것인데도 어떤 시각을 취할 것인지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진부하지만 물이 반 있는 물컵처럼.

 

단순히 매일의 자리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가득 차 있던 머릿속에 생각의 틈을 만들어주는 행위니까. 하지만 그러러면 이미 기존의 일상에서 치열하게 보고 생각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평일에 서울을 갔고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서 합정에 내리는 순간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서울 좋긴 하지. 종이잡지클럽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았다. 그곳에서 보고 싶었지만 살 타이밍을 놓친 잡지들을 잔뜩 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