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8-23_생각하는 잠







필라테스 쌤이 갑자기 수업이 끝나고 배 힘 쓰는 걸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일 년 반 가까이 봐왔어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 뭐지 싶었는데, 비밀인데 사실 이번 달까지만 근무하게 돼서 오래 자신의 수업을 들은 분들의 자세를 봐주고 계신 거라고 했다. 나는 자꾸 배의 힘을 쓰기 위해 발이나 엉덩이 힘을 썼다. 선생님은 더 강한 자극을 느끼려고 다른 곳의 힘을 써서 허리를 짓누르는 형태가 돼선 안 된다고 하셨다. 배에만 힘을 주고 허리가 자연스럽게 펴지는 지점까지만 가면 된다고. 그러면서 힘이 미미하게 느껴지는 지점에서 바로 거기, 거기까지만, 하고 알려주셨다. 그동안은 힘을 더 쓰긴 했지만 잘못된 힘을 불필요하게 쓰고 있었던 셈이다. 힘이 잘 안 느껴지는 건, 어쩌면 그곳이 내 생각보다 단련돼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하셨다. 너무 튀어버린 감은 있지만, 내가 하고 있는 행위들의 유용을 조금 더 믿어도 되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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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는 시간은 확실이 이전보다 늘었다. 예전에는 5시간 정도를 잤고 이제는 6시간 반 정도를 잔다. 총량으로 보면 잠을 못 자고 있는 건 아닌데 자면서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조금 문제다.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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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예수님을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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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을 요청해서 도움을 줬고, 이어지는 도움을 열어뒀는데 일언반구 없이 책을 완성하더니 주소 문자에 답도 없이 책이 도착했다. 보이스톤은 내가 잡았던 그대로였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아주 달라져 있었다. 내 제안을 반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바뀐 상황이 공유되지 않았다는 부분이 기분 나빴다. 상황에 대해 한마디 정도 언급은 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너무 바빴다는 예상 가능한 이유를 떠올려봐도 나쁜 기분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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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요소(공간)가 도시에 필요하다는 것이 파리 시의 의견이었다. 무엇이 도시 공간을 숨쉴 수 있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고. 교수님께서 이 부분을 언급하실 때는 사실 좀 울 뻔했다. 일도 과제도 내가 향유하고 싶은 것들도 다 너무 많아서 숨이 막힌다. 그러면서도 탓할 게 나뿐이라서 다행이고 서럽다. 또 하나 다행인 건 이 모든 게 하기 싫거나 놔버리고 싶지 않고 그저 물리적인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무용한 상상이나 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