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OG
어떤 시절들
KNACKHEE
2021. 4. 22. 23:09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초등학교가 있다. 엄마들이 저학년 아이들을 교문 안으로 들여보내고 밖에서 양손을 위로 올려 손을 흔들었다. 나에게도 저런 순간이 있었나, 하고 생각하다 보니 떠올린 장면에는 엄마 대신 할아버지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2학년 때인가 돌아가셨는데 늘 부모님 대신 나를 돌봐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할아버지 죽으면 개밥의 도토리야." 동생이 태어나고 1~2년 정도 외에 엄마는 늘 회사를 다녔고 나는 대체로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는 할머니와 따로 살게 됐는데 한 2년 동안은 그런 식으로 엄마와 지내는 게 낯설었다. 엄마는 그런 내게 서운해 서로 많이 부딪쳤다. 부딪친다기보단 내가 입을 다물고 엄마가 소리를 치는 식이었지만. 엄마도 낯설고 엄마에게 살갑게 대하며 잘 지내는 동생도 낯설고 모든 게 낯설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꽤 잘 지내긴 했다. 이 장면을 떠올리다가 할아버지가 그리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움은 어떤 돌아올 수 없는 시절에 대한 향수인 걸까. C사에서의 사람들을 여행에서 그리워한 것은 그 시절이 힘들었지만 그랬기에 그만큼 서로를 위하며 일할 수 있었어서, 그런 시절이 흔치 않을 거란 걸 어렴풋이 알아서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