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OG

갤러리투어

KNACKHEE 2021. 6. 18. 21:25

안녕, 얘들아.

원성원 작가님의 작품의 배경은 얼음이었다. 붉은 열매가 달린 나무의 작은 동물들이 귀여웠고 그 층위들이 어색하면서도 생생해서 사진을 찍어뒀는데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 보니 색감이 취저였고 수백 개의 사진 이미지를 층층이 쌓아 작품을 만드신다는 설명에 매료돼버렸다.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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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방문한 건 전시 관람보다도 논문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개인연구과제 지도 부탁을 위한 것이었는데 어색한 자리였지만 오케이를 해주셨다. 감사하지. 그런데 일하면서 그걸 해나가야 할 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그렇다.

다니엘 보이드의 작품은 전위적이고 사실 고발, 투쟁의 느낌을 자아냈다. 볼록하고 투명한 풀로 찍은 점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재현한 것이라고 했다. 점 하나에 담겨 있을 무수한 생각들, 어쩌면 누군가의 인생 전체. 영상 작품도 보고 싶었는데 K2를 도무지 찾을 수 없어서 패스.

갤러리현대에서는 이강소 작가님의 작품을 만났지. 붓이 떠나고 난 후에 이뤄졌을, 스스로 살아 움직인 것처럼 뻗어나갔을 먹. 작가는 더 큰 의미로 한 말이겠지만 자신이 그리는 게 아니라 '그려진' 것이라던 전시 설명 속의 표현이 떠올랐다. 붓터치에서 파도의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휴식

이동. 사망한 필카.

<In Between>에서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부분의 짙은 색은 마치 맑은 진심들이 만나도 나아가는 과정에서는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끄러운 상황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내게 그 그림은 고요하고 어지러웠다. <TOWARDS 2021>은 정말 거대해서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헉, 숲. 하고 생각했다. 육성으로 와, 하고 내뱉기도 했고. 그곳은 정말 숲이었다. <TOWARDS 2013>보다 4배는 커지고 다채로워지고 조화로워진.
이곳은 처음 가보는 장소였는데 건물 입구가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곳인지 내용물이 들어찬 음쓰봉들이 가득했다. 전시 콘텐츠와 별개로 외적인 환경의 이용자 경험은 좀 별로. 갤러리가 있는 동네에는 단독주택과 영화에서나 봤던 허름한 철문이 길가를 따라 이어진 공동주택 같은 곳들이 공존해 기이한 느낌을 자아냈다.

클리어. 집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