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돈이 유한해서 그렇지
2015년도에 32만 원인가 주고 샀던 파란색 HP 노트북(그래서 심지어 이름 코발트라고 지어줌)을 보내주고 그램을 샀다. 대학만 가면 노트북이 생기는 건 줄 알았는데. 노트북을 갖기까지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1년이 더 걸렸고, '생기는 줄 알았'던 형태의 그럴싸한 노트북의 소유자가 되기까지는 졸업 후 7년여가 걸렸다. 노트북은 필수재이면서도 일종의 사치재여서. 맞다, 사치했다고 자랑하는 거다.
인더숲 세븐틴 편이 시작된다는 트윗을 보고 아, 인더숲이 애들 콘텐츠가 아니라 포맷 자체가 콘텐츠였구나 싶어 이런 게 바로 IP 사업인가, 하고 감탄했다. 아예 업종을 바꿔 취업을 하고 여유가 생겨 다시 연락을 하게 된 S가 갑자기 '언니 뭐할 때 제일 행복해요?' 하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조금 생각하다 이렇게 답했다. '음. 집에 와서 씻고 잠옷을 갈아입고 머리도 다 말리고 침구에 패브릭/룸스프레이까지 부려놔서 이제 그날의 남은 일은 자는 것 뿐일 때?' 진짜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한 것.
대학원이 두 학기 남은 지금,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그 돈을 탈잉이나 클래스101에 썼다면 더 훌륭한, 좀 더 이것저것을 할 수 있는 실무자가 되지 않았을까, ...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지. 사실 코로나 때문에 싸강이 돼버린 것 말고는 대학원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그런데 시간과 돈이 유한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뜨생 책을 읽다가 '보는 것의 가장 큰 부분은 시각 이미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좀 별개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한창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때 인지언어학을 우선순위로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4학년 때 듣고 처음으로 관련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 고 생각했던 분야였다.(그때 들은 건 의미론이긴 했지만) 그래서 그 교수님께 문의를 드리기도 했는데 본인은 은퇴를 하셨고 우리 학교에는 관련 전공을 지도하시는 분이 없으니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이왕이면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해보라는 회신을 받았다. 그랬다면 전공도 전공이지만 영어 점수 만드는 게 가장 큰 난관이었겠지. 그래도 일에 욕심이 덜 났으면 그 공부를 해보려고 애썼을 것 같다. 그리고 해외 대학도 좀 찾아보니까 아예 뇌과학/뇌공학 쪽으로 빠져서 좀 애매했건 게 사실이기도 하고. 어쨌든 지금 10년 만에 새로운 공부 하고 있으니까 10년 뒤엔 인지언어학 근처에라도 가 있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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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워렌 목사님 뉴스레터에서 건져올린 것
/고집. 당신의 방식을 바꾸기를 꺼린다. 내일의 성공의 가장 큰 적이 어제의 성공임을 아는가? 두려움. 밤새 낚시를 했으나 아무 것도 잡지 못했다고 인정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당신을 무시할까 봐 두렵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예수님께서 배를 향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을 배에 태우기가 두렵다. 당신의 직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지 모르나 그것에 대해 별로 보여줄 것이 없는 것 같다. 자부심, 고집, 두려움을 내보내야 한다. 그래야 예수님께서 당신의 배에 오르셔서 넘칠만큼 채우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