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OG

사미,도 없이 용두,만 있었다

KNACKHEE 2021. 11. 20. 14:39

수업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까 새벽 한 시였고 너무 배고파서(어제의 음식은 카푸치노, 에그 타르트, 딸기 티라미슈가 전부였다) 삼김에 허쉬에 만두 네 개 데워 먹고 소화 조금 시키고 4시에 잤더니 7시 11분에 울리는 알람을 잠결에 꺼버렸던 것 같다. 눈 뜨니까 8시 48분이었고, 전시를 보기로 한 친구와는 피크닉에서 10시 30분에 만나기로 한 상태였다. 그곳까지는 집에서 최소 2시간이고. 어떻게 해도 각이 안 나와서 친구에게 최대한 빨리 갈 테니 점심이라도 먹자,고 톡을 보냈다. 친구는 알았다고 했지만 대답이 영 시원치 않았고 텍스트에서도 짜증이 느껴졌다. 준비해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9시 25분이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택시 경로를 확인해보니 1시간 1분에 43,000원 정도가 예상치로 나왔다. 친구랑 점심을 먹고 혼자 전시를 다시 보러 가는 것도, 예약제인데 당일 시간 변경이 가능한지 확인하느라 전전긍긍하는 것도, 만약 다 안 됐을 경우 전시비를 날리고 다른 날 예약을 잡아서 따로 가는 것도 너무 번잡했고, 사실 무엇보다 텍스트에서도 읽히는 친구의 기분이 신경쓰이고 미안해서 3분을 고민하다 택시를 불렀다.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한 번, 공덕역에서 서울역 쪽으로 넘어가는 데서 두 번, 세 번의 트래픽 잼을 겪고 전시장에 10시 45분에 도착했다. 택시 요금은 도로 이용료까지 45,200원. 덕분에 친구를 혼자 두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전시가 기대한 것보다는 만족스럽지 않아 조금 울컥하기도 했다.

사미, 도 없고 용두, 만 있었던 전시. 루프탑 올라가면서 "정말 이게, ... 이게 끝이라고?" 하고 사만오천 번 말했던 것 같다. 특히 인터뷰 공간은 이게 적합한 전시 형식이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또 한 브랜드의 '아카이빙'을 목적으로 한 전시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측면에서는 괜찮은 전시로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요즘 게임에 현질을 너무 해서 돈이 궁하다는 친구의 말에 택시비 출혈도 컸고 무직이라 수입도 없고 10월부터 밀린 월급을 여태 못 받고 있어서 생활이 궁한 내가 후식을 샀다. 다음에 얻어먹을 수 있겠지 뭐. 친구의 추천으로 웨이팅까지 해가면서 탄탄면인가 뭔가를 먹었는데 정말 취향의 음식이 아니었고 다신 먹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