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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이미 하루가 한창이었다

KNACKHEE 2022. 4. 25. 21:49

좀 이상하지만 대학병원의 아침을 마주하면서는 활기차다,고 생각했다. 1차 의료기관에서의 진료 의뢰서가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인 줄도 모르고 앱으로 예약을 잡고 갔다가 택시를 타고 다녔던 병원을 왔다갔다 하느라 진료 시작도 전부터 진땀을 뺐다. 가봤어야 알지.
오후 진료는 신경과로 예약을 했어야 했는데 신경외과로 잘못 예약을 해서 다시 예약을 잡으려고 했더니 접수처에 계신 분께서 예약을 잡더라도 오늘은 일단 응급실로 가서 기본 검사라도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가 피를 한바가지 흘렸다. 아니 피를 뽑는다고 했지 뿌린다고는 안 하셨잖아요, ... 건강 염려증이라 일단 베드를 차지하긴 했는데 지금 하려는 추가 검사에서 이상이 나온다면 사실 그렇게 앉아 있지도 못해야 하는 게 정상이라서. 그만 시간을 버리기로 하고 그냥 예약을 잡고 진료를 거쳐서 오겠다고 말했다. 자꾸 응급 환자들이 밀려와 베드 없어요! 라고 외치는 소리에 좀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9시에 병원에 도착했는데 나오며 시계를 보니 6시가 다 돼 있었다. 병원 출퇴근했네.
기본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이 이렇게나 심란할 줄이야. 이럴 때면 몇 년 전 손목터널증후군 검사를 하러 재활의학과에 갔던 때가 떠오른다. 앞서 검사를 받으신 분은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 엉엉 울면서 소리를 쳤다. "이렇게 아픈데 왜 이상이 없어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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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모르겠어. 어떻게 되든 여기서 떠나야겠다' 하고 다시 빈에 가는 꿈을 꿨다. 꿈꾸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된 게 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