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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있어 무명쓰

KNACKHEE 2022. 6. 17. 19:10

 

나도 있어 무명쓰.


행사 장소가 리터럴리 회사 맞은편이었고(그런데 서울역이라 횡단보도 네 개 건너야 되긴 함) 마지막 그림도시였고(잡지 창간, 폐간호에 집착하던 새럼) 슈니따 작가님이 참여하신다고 했다. 그렇담 무조건 가야 하는 거 아닙미까.
재정 관리가 엉망이라 현금은 월급날에만 잠깐 있고 나머지는 카드 생활자로 지내는 편이다. 슈니따 작가님 부스에서 카드 결제가 안 된다기에 아쉬워하며 옆 공간으로 갔다가 무명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서 다시 부스로 돌아와 쟈근 친구들을 집에 데려왔다. 내일은 무명이 가방에 데리고 다닐 파우치 사야지.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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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페인팅 무명이와 세라믹 무명이에는 차이가 있나요?
A. 네. 페인팅에선 뒤에 배경이 있기에 그림마다 구체적인 스토리가 담겨 있어요. 그런데 세라믹은 배경이 없어서 보는 분들이 더 생각해보고 상상할 여지가 생기죠.

아니 진짜 작가님 너모 천재시다,... K-아r트의 미래가 여기 있어요 예술계 슨상님들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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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림도시가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예술 콘텐츠 브랜드로서의 자생성'에 있다는 게 씁쓸했다. 얼마 전 미술계 뉴스 클리핑을 하며 여전히 상위 10개 갤러리, 상위 2개 경매사, 상위 5개 아트페어가 각각의 파트에서 국내 미술시장의 약 80%를 차지(2019년 기준)한다는 통계를 봤다.
2019년,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한 데에는 신진작가, 성실히 작업하지만 환경적 운이 따르지 않아 경력이 쌓여도 작업으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작가들을 위한 해결책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에서 찾아보고 싶다는 이유가 컸다. 잡지사에 다닐 때는 창작자들을 인터뷰하며 왜 그들의 열심엔 그에 상응하는 값이 매겨지기 어려운지 궁금했다. 엔터테인먼트사에 다닐 때는 왜 같은 아티스트인데 배우와 시각 예술가가 작업을 위해 스스로 커버해야 하는 범위가 달라야 하는지 궁금했고.
졸업 학기를 마친 지금도 여전히 여기에 어떤 확실한 답을 내어 놓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국내 주요 갤러리 운영진의 세대교체가 시작됐고 투자든 향유든 이제 그림을 사는 게 낯설지 않은 문화가 되어 가는 듯하니 리서치를 더해 이런 상황들을 부지런히 좇아가다 보면 나만의 잠정적인 결론과 방향성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네.

 

아, 어제 죽 쑨 미팅의 대상이었던 차장님 중 한 분을 여기서 우연히 만났다. 먼저 알아보시고 인사해주셔서 놀라며 같이 인사했다. 마침 작가님 부스 앞에서 만나서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이라고 소개하고. 집에 돌아오면서는 K아트의 미래시라고 소개하지 못한 게 내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