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많은 삶은 좋은 삶일까
명상, 연희동, 오혁, 향. 그렇다면 결제, ... 결제하겠습니다. 텤마머니!
봄과 여름, 두 계절 동안 상담 선생님과 시간을 보냈다고 하자 대학원 동기분이 명상을 추천했다. 그전에도 관심이 좀 있어서 재작년 가을, 뮤지엄산에 간 김에 그룹 명상에 참여했으나 뭐가 뭔지 모르겠는 상태로 끝이 났었다. 그래도 동기분의 추천 이후로는 명상 앱도 써보고 있었으니 이전과는 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연희동에 있는 고원高原에 다녀왔다.
명상은 고원 안에 있는 총 세 개의 공간에서 진행됐는데, 호스트이신 신인 배우분께서 각각의 시간들을 일대일로 가이드해주셨다. 두 번째 공간은 어두운 방에 누워 명상 가이드에서 이어지는 오혁 님이 만든 명상곡을 듣는 방식이었다. 몸이 굽어 있던 탓에 힘을 풀고 몸을 열어 몸을 열어 누우니 여기저기가 저리고 아팠다. 사실 이때는 편하게 있는데 되려 몸이 아프네, 하는 생각을 하다가 잠깐 잤던 것도 같다.
세 번째 공간에 앉아 내려다보이는 연희동을 보면서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맑은 기분이 들었다. 언제 느껴봤던 감각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생경한. 어쩌면 처음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잠깐 낮잠을 자서 그런 건가 싶어 좀 애매하긴 했지만. 낄낄. 이 공간에서는 호스트님이 차를 우려주셨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내려주시는 차의 향이 진하게 풍겨와서 놀랐다. 구수한 맛과 차를 우려내는 정갈한 동작이 좋아서 내년(그러니까 올해)에는 좀 더 의지적으로 다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마지막 공간에서 차를 마시면서는 생각했다. 가능성이 많은 삶은 좋은 삶일까. 나는 그동안 내 가능성을 너무 많이 열어두어서 혼란스럽고 마음이 어려웠던 게 아닐까. 이제는 가능성의 가지를 쳐내고 정말이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러니까, 욕심을 좀 덜어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 진짜 너무 연희동 살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다니던 회사가 연희동에 있어서 종종 왔다갔다 한 탓에 마음의 고향 같고 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