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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Bossanova,
두둠칫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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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팔 일이 있어서 바로 방산시장으로 출근했다. 이십여 개의 점포를 돌았다. 점포의 주인은 전문가였고 나는 애송이였다. 점포의 주인은 중년의 아저씨였고 나는 (그들이 보기엔) 어린 여자애였다. 이 점은 대체로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이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몇 군데에서는 /너는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니까/를 썩 유쾌하지 않은 방향으로 깔고 들어가기도 했다. 사실 그런 마음이 아니라, 그저 말하는 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모든 시기가 다 그렇겠지만 사회에서 어린 여자애로 살아가는 시기 역시 장단점이 있다. 대체로 불쾌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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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무리해 보고를 하고 2시쯤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옆 테이블에는 불륜 느낌이 짙게 나는 커플이 있었다. (앞으로 하려는 얘기를 들으면 불륜이 아닌 거 아냐?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그 외의 것은 정말 너무도 불륜스러웠다.) 한참 식사를 하다 아주머니가 /나는 정말 사랑스러운 것 같아/ 했다. 마주앉은 아저씨는 /무슨 근거로?/ 했다. 아주머니는 이에 굴하지 않고 /나는 내 주변에 나 같은 사람이 있으면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 너무 사랑스럽잖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입으로 가져가려던 젓가락이 허공에서 길을 잃었다. 멈칫. 두둠칫. 둠칫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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