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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최악의 하루 2회차

KNACKHEE 2016. 9. 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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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연휴를 하라고 하셔서 <최악의 하루> 2회차를 끊었다. 초반부에 나오는 연극 대사에 /각성/이란 단어가 포함되는데 다시 봐도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내가 느끼는 이 영화의 전체적인 결과 다른 결이랄까. 후반부에 은희가 읊는 건 은희의 목소리 덕분에 이질감이 덜한데 초반에 그 여성분이 제대로 각 잡고 발음하는 /각성/은 그 부분에서만 영화의 장르가 바뀌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시 보니 료헤이는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네 잔의 차만 마셨더라. 안쓰럽. 이게 다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사람들은 료헤이의 말을 듣지만 알아듣지 못한다. 은희는 모두와 소통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거짓이다. 잘 모르는 외국어로 대화를 해야 하는 료헤이하고만 거짓이 없는 이야기를 할 뿐이다. 잘 모르는 외국어로 대화를 할 때는 가장 직관적이고 솔직한 단어만 남는다. 각자 /최악의 하루/를 보낸 은희와 료헤이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시 만난다. 은희는 료헤이에게 산책을 제안하며 아마 좀 멀 텐데, 자신도 끝까지 가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먼지, 또 얼마나 가야 하는지 모른다고 한다.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 길 위에서 해피엔딩을 떠올린 료헤이 덕분에 그 길 위에서 이미 망했다,고 생각한 은희의 삶도 다시 해피엔딩을 향해 갈 힘을 얻지 않았을까. 은희가 누군가를 만나거나 누군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걷기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위한 걷기를 하길 바란다. 영화의 후반부, 은희와 료헤이가 다시 만나는 부분부터는 너무 평화로운 느낌을 줘서, 프로젝터가 있다면 매일 밤 틀어놓고 잠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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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생일에 우연히 다시 만났던 아영이를 제대로 다시 만났다. 처음엔 6년의 텀 앞에서 서로 조금 어색해 하다가 어스름이 내리자 아영이가 자신이 고3 때 겪었던 반 아이들과의 일이며 교회를 떠나게 된 일 등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헤어질 때 나는 기특하게 잘 컸네,하며 아영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시 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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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닌데 난생 처음 앞머리를 만 원이나 주고 잘랐으니 기록해 둬야지.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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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보고서를 받고 국내 아동 후원을 중지했다. 처음에 어머니 혼자 비정기적으로 일한다고 했던 것과 달리 아이의 아머지와 어머니 모두 정기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고 아이는 방과후에 무료 시설이 아닌 사설 영어 학원에 다닌다고 써 있었다. 그걸 보고 나니 후원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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