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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7개의 전시와 민윤기

KNACKHEE 2023. 6. 24. 21:52

 

참을 수 없으니까 일단 고백부터. 좋아합니다, 유재연 작가님💙

언젠가 잡지에서 이런 표현을 봤다. '근육을 데우다.' 아마 발레에 관한 기사였을 거다. 그 후로 목표한 곳에 무리 없이 도달하기 위해 성의껏 과정을 쌓아올리는 장면들을 마주했을 때 이 표현을 떠올리곤 한다.
<평면을 모양으로 스트레칭>이라는 타이틀의 이 전시를 보면서도 근육을 데운다는 표현을 곱씹었다. 신체 일부나 보편적인 일상 오브제를 담은 평면의 조각들은 배치와 구성에 따라, 또 작품을 마주하는 이가 지닌 배경과 맥락에 따라 서서히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되어 갔다.

갤러리스트님은 유재연 작가님은 즉흥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이미정 작가님은 계획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편이라고 알려주셨다. 서로 다른 스타일을 지닌 작가님들의 그룹전 기획한 배경을 궁금해하니 동년배인 두 작가님이 평소 서로에 관심이 많았고, 동시대성을 지닌 조각 단위를 기반으로 입체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함께 이야기될 지점이 있을 것 같았다고 답해주셨다.
유재연 작가님의 회화 전시는 종종 있었지만 평면 조각 위주의 전시는 드물었다고. 채색도 꼭 마커를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뉘앙스를 살린 유화라고 알려주신 덕분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게 됐다. 사실 작가님의 작업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색이다. 작가님 덕분에 파랑과 네온빛의 색들이 다정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미정 작가님의 작업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는데, 특히 얼굴을 고정불변의 요소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선택적으로 수정하고 갈아끼울 수 있는 파츠parts로 보고 있다는 점이 그랬다. 작가님은 온라인에 떠도는 얼굴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벡터 드로잉 데이터로 변환한 뒤 데이터 영역을 만져 다양한 층위로 구성된 조립식 회화를 구상한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변형 캔버스에서 그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그 어느 것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인터뷰 영상 있는지 찾아봐야지.

전시장 곳곳에 놓인 작품들을 닮은 의자들도 재미있었다. 이번에도 작품을 데려오지는 못하고 가격만 확인했지,... 반드시 돈 열심히 벌어야지★ 아니 그런데 갤러리스트님 오렌지 가디건에 오렌지 립 넘나 찰떡이셨다. 덕분에 작품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볼 수 있었다.

 

 

궁금했던 갤러리였는데 운영의 감도가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알레한드오 피네이로 베요의 전시를 보면서는 박광수 작가님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다. 역동적이고 생명력이 부출되는 느낌이다. 재미있네.

 

그리고 다시 만난 키키 스미스. 3층이 환상적으로 아름다웠고 실뜨기는 꼭 별자리 같았다. 실뜨기와 별자리의 시각적 연관성을 찾아내다니. 작가들이란.

 

리만 머핀의 전시는 매번 좀 어렵다.

 

타데우스 로팍의 코리 아크엔젤. 전시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코리 아크엔젤이나 톰 삭스와 같은 팝한 작가들부터 안젤름 키퍼 같은 클래식한 거장까지, 현대와 근대를 아우르는 갤러리의 스펙트럼도 흥미로웠다.

 

 

블루 바톤에 있던 <beyond>는 달이 진다,는 표현을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달은 떠오른다,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서 달이 진다,는 건 좀 생소했다. 달이 지면 아침이 온다. 그런데 사실 이건 아주 틀린 표현일지 모른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는 광원이 아니니까. 그러니 아침이 밝아오는 데 영향을 미칠 리 없다. 오히려 달은 햇빛에 의해 드러나고 지워지는, 존재론적 고민을 이어가는 인간에 가까운 요소라는 데 생각이 닿았다. 그래서 달을 이야기하는 노래나 작품들 앞에서 속절이 없어지곤 했던 걸까. 이 작품 전반의 서늘한 색도, 흙 위의 푸르스름한 초록들도 모두 좋았다.

갤러리 바톤 초입의 <Towards>를 찍을 때는 카메라 앱 화면을 확대하고 밝기를 낮춰 하늘의 달을 찍듯 작품 속 달을 찍었다. 달이 떠 있는 하늘의 색은 아주 맑았던 날의 밤 9시쯤을 연상하게 했고, 작가님이 머무는 곳이 제주도라는 배경이 더해져 나뭇잎 사이사이의 파랑은 하늘이 아니라 바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맑은 파랑의 밤하늘이라면 분명 한낮의 기분은 밤의 하늘만큼이나 맑았을 것이다.
바다를 그린 작품들에는 '김보희식 점묘'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붓 터치와 빛이 떨어지는 부분의 표현 등에서 북서울시립미술관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의 대표작으로 활용된 존 브렛의 <도싯셔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이 떠오르기도 했다. 바다는 언제 연둣빛을 띄는지 궁금해 찾아보니 주로 봄에 녹색이 짙어진다고. 봄의 제주 바다를 보고 있었던 거다. 따사로웠네.
갤러리 안쪽의 반려견 레오가 등장하는 네 폭의 그림은 지난 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봤던 병풍전을 생각나게 했다. 오늘날의 정다운 일상을 담은 오래된 아름다운 형식.

작가님이 어디를 향해 가시는지, 또 어떤 것 너머에 시선을 주고 계시는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궁금해 할 것 같다. 그리고 갤러리 바톤이 소개하는 작가님들과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그런 태도를 유지하게 될 테다. 쇼윈도 전시 공간을 '블루 바톤'이라고 명명한 것도 정말 좋았다. 갤러리 바톤 로고 디자인도 말모.

 

 

 

 

민윤기 사랑한다.

 

별다른 멘트도 없이 공연 2시간 내리 하고 막곡 부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간 거 진짜 민윤기스러웠다. 공연도 진짜 앵콜까지 딱 2시간. 깔끔하네. 윤기가 즐거워 보여서 좋았다. 마지막이 아니라고, 내일이 남았다고 했지만 내일은 누나 자리가 없어, 윤기야, ... 흑흑. 진짜 누가 너만큼 해. 그리고 덕분에 요즘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 누가 나만큼 하냐.

 

보통 때 같으면 콘 끝나고 나와서 같이 앓을 덕메가 있는데 이번에는 없어서 좀 황망했다. 이 커다란 마음을 말로 꺼내지 못하고 담아두기만 하려니까 너무 힘들더라고. 내가 앓으면 더 해보라고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해주다 결국엔 진정하라고 하는 덕메가 있어야 하는데. 콘 끝나고 나오니까 달이 너무 예뻐서 낮에 바톤에서 본 김보희 작가님 Toward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런데 시소 정말 뭘까. 럽셀콘 때는 망사 니트 입고 춤추는 시소로 죽이더니 이번에는 수트 입고 기타 치는 어쿠스틱 시소로 조지네. 민윤기 칼같이 들어가고 장내 불 켜지니까 팬들이 마치 클래식 공연이 끝난 후처럼 기립 박수를 쳤다. 이건 좀 신선했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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