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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말씀들이 배달됐다

KNACKHEE 2016. 1. 1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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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힘든 하루였다. 너무 힘들어서 우리는 당 섭취를 도모했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닌데. 심지어 퇴근 전엔 팀장님과 마찰이 있었다. 팀장님은 퇴근 인사도 받아주시지 않았다. 사실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은데, 그래도 상사한테 고분고분하게 답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다. 일도 일이지만 이런 걸 잘 해야 하는데. 갈등 상황이 생기면 유연하게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나는 이미 표정부터 망했다. 능숙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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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인 H랑 저녁 약속이 있었다. 택시를 탔는데도 금요일이라고 길이 막혀 늦었다. 퇴근 전에 그런 일도 있었고 안 그래도 늦었는데 차도 막혀서 짜증이 나고 기다렸을 사람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그렇지만 또 오랜만에 봐서 반갑고. 많은 마음들이 뒤섞여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좋지 못한 얼굴을 하게 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준 덕분에 마음이 풀렸다. 일본 여행길에 사온 망고젤리도 줬다. 이야기하면서 H는 신기한 표현들을 많이 썼다. 감정을 시소에 비유했고 자신은 작년즈음 그 시소 자체가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물리적인 빛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무거운 건 흙으로 대변되는 지구이고 그 다음이 책이라고 했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엔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했다. 내 궁극적 목표를 묻기에 매개를 정하진 못했지만 문화 사역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정하진 못했다는 말을 그는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정해진 것이 없는, 사실 정확히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를 무척 좋아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나와 센세라는 조합을 무척 좋아하며 우리의 조합을 브랜드 가치에 비교하자면 자기에겐 김연아와도 같다고 했다. 감개무량했다. 목소리 톤인지 표현인지 어투인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처음 만나 말을 주고 받을 때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앞서 적었다시피 그때 나는 엄청나게 복잡한 감정을 섞어 발화했는데 그게 좋게 들렸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는 요즘 짝을 보며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 분석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31~34화인가를 추천했다. 정말 재밌다며. 이런저런 가벼운 말들 덕분에 온종일 짓눌렸던 마음을 치워두고 즐겁게 웃었다. 좋은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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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잘나왔다. 오늘 마음이 바닥을 칠 때마다 신기하게도 말씀들이 배달됐다. 한창 대표를 미워하고 있는데 솜솜에게 카톡이 왔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 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태복음 5장 46절~48절)/ 큐티하다 좋아서 보냈다고 했다. 나는 마음이 찔렸다. 온갖 불만을 속으로 내뱉으며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션님이 저녁 묵상을 전해주셨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18절)/ 또 마음이 찔렸다.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마음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줄 사람들을 붙여주심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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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하는지 모르겠다. 남준이를 알게 돼서 다행이다. 아이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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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작년엔 동물원을 한 번도 못 갔다. 날 풀리면 어여쁜 플라밍고를 만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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