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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라는 설득력

KNACKHEE 2023. 6. 6. 18:14

 

아름다움이라는 설득력.


전시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동네방네 "저 영업하고 싶은 전시 있어여!" 하고 톡을 보냈다. 한 친구가 "거기 가면 재희 씨도 있어요?" 하고 묻기에 "아니요, 저거 저희 회사랑 1도 연관 없는 전시예요!" 하고 외쳤다. 아니 정말, 비주얼도 메시지도 직관적으로 아름다운 전시여서 모두가 가서 봤으면 좋겠단 마음뿐이었다. 좋은 건 널리 영업.

나탈리 카르푸센코는 자신을 사진 작가이자 환경 운동가, 해양 옹호자, 고래 투어 가이드라고 표현한다. 그가 환경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아름다움'이었다. 특히 고래들과 함께한 수중 촬영은 환경 위기에 대한 강한 외침 대신 바다의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감상자의 생각을 붙잡는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햇살과도 같은 선택. 작년 갤러리 바톤에서 봤던 배윤환 작가와 최근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느라 자료를 수집했던 스위스 아티스트 파비안 라바터의 작품들도 함께 떠올랐다.

공간 곳곳에 함께 전시된 작가의 메시지는 사려 깊고 쾌활하면서도 단단했다. 작은 움직임이 모여 만드는 변화의 가능성과 힘을 믿는 사람에게는 반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말들을 자주 꺼내보고 싶어서 도록을 사려고 했으나 이미 품절이었다. 도록이 품절이라니! 다들 작가의 아름다움이라는 설득력에 고개를 끄덕였나 보군, 싶어 아쉬우면서도 기뻤다. 아니 그런데 너어무 아쉽다. 내 도록 컬렉션에 모셔두고 싶었는데. 흑흑.

그라운드 시소의 전시 기획은 매번 감탄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특히 마지막의 작가 소개 섹션이 그랬다. 이렇게나 친근하고 재치 있는 작가 소개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