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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시라노와 양말

KNACKHEE 2017. 9. 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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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또 거짓 연차를 쓰고 8시에 나타났다. 신이 나서. 못 보던 핸드백과 함께. 그리고는 그때부터 이사 준비를 하겠다고 폼을 잡고 일을 줬다. 8시에 사랑스러운 P씨와 뮤지컬을 보기로 돼 있었던 나는 감정 조절이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다. 그래서 일을 주는 그녀에게 '지금요?' 하고 물었고 그녀는 조금 당황하더니 '월요일에 보고해야 하니까 지금이나 아니면 주말까지 하면 되지' 했다. 나의 주말을 왜 그렇게 당연한듯 업무 시간으로 몰아가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일단 가야 했다. 서둘렀음에도 입장 시간을 놓쳐버려 1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을 기다려 P씨와 조우했다. 홍광호 님이 넘버를 부를 때마다 마음이 동했다. 시라노는 한 치의 티끌도 주름도 없는 당당한 영혼이었다. 나의 영혼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영혼에선 썩은 냄새가 났다. 나는 내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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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P씨는 지인 찬스를 활용해 마음을 간질이는 공연을 보여주더니 헤어지기 직전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이 봉투를 내밀었다. 이 브랜드의 양말을 좋아해서 맨날 신고 다니는데도 선물을 받는 건 또 처음이다. 정말이지. 울 뻔. 이러면 저 정말 울어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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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지 못하고 최희서 님께 인스타 메시지를 보냈다. 동주도 박열도, 그 두 작품을 좋아할 수밖에 없게 해준 최희서 님도 너무 좋아서 덕심을 잔뜩 표출하며 지난 춘천에서의 사진을 보냈다. 당연히 답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답이 왔다! 이렇게나 못 찍은 사진을 좋다고 해 주시며 메일로 보내달라고 하시기에 안심하실 수 있게 회사 그룹웨어 메일을 통해 원본을 전달드렸더니 이렇게 인스타에 올려주시기까지 했다. 덕후도 가끔은 계를 타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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