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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KNACKHEE 2017. 9. 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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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드로잉 수업. 제주도와 춘천 출장을 다녀 오느라 다섯 번의 수업 중 겨우 세 번을 나갔다. 오늘도 못 나갈 뻔 했으나 회사 이삿짐이 오후에나 이전한 사무실에 도착한다고 해서 다행히 참석했다. 인물과 풍경이 함께 있는 여러 장의 이미지 중에 좋아하는 영화인 하와이언 레시피 이미지를 프린트 해갔고 2시간 반 내내 잡념 없이 집중했다. 그림자 표현이며 일부 드로잉을 작가님께서 도와주시긴 했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작가님께 자꾸만 인물들이 못생기게 그려진다고 속상해하자 작가님은 웃으며 자꾸 하다 보면 늘 거라고 해주셨다. 작가님도 운영자님도 너무 좋다. 여유를 되찾고 채색반도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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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정리를 하러 청담으로 넘어갔다. 약속한 시간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뜬금없이 예전 사무실이 있던 동네로 오라고 했다. 자리를 설명해주겠다는 명목하에. 그녀는 머리가 나빠서 전화로 그걸 설명하지 못하고 끝끝내 나를 택시에 태웠다. 길바닥에서 한참의 시간을 버리고 이전한 사무실로 돌아와 이삿짐 정리를 시작했다. 그녀는 이삿짐을 쌀 때도 이삿짐을 풀 때도 모든 게 끝난 후에 나타났다. 우리는 꼭 그녀의 시녀 같았다. 심지어 그녀는 꼭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오늘 해야 한다며 붙잡았다. 이삿짐을 풀고 쓸데 없이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했다. 이전한 사무실은 교통도 애매하고 거리 자체도 더 멀어져서 통근에 다섯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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