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Life, Life 본문

DAILY LOG

Life, Life

KNACKHEE 2018. 7. 8. 18:56






이 센세는 지난 만남부터 자꾸 '핫한' 곳에 가고 싶어 했다. 이번에도 내 /쟁여두기/ 폴더를 털어 몇 개의 안을 던졌고 센세의 선택은 piknic. 입장할 때는 줄이 없었는데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입장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놀랐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일상에서 가져와 여러 실험을 거친 소리의 조각들은 계속해서 죽음,을 생각하게 했다. 소리의 파동은 온몸의 세포를 검게 물들이고 녹여버릴 것만 같았다. 마지막 섹션은 정말 주마등 같았고. 특히 여러 언어로 같은 시를 낭독하게 해 동시에 영상과 함께 내보낸 파트가 인상적이었는데, 뜻을 알지 못하는 소리는 마음에 닿지 못하고 자꾸 튕겨져 나갔다. 평소 예쁘다고 생각했던 불어마저도 전시장의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스산하기만 했다. 또 정확한 인지에 더해, 어떤 말소리가 음악처럼 느껴지려면 대상에 대한 긍정이 전제돼야 하는 것 같다. 이를 테면,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내레이션은 장면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배경 음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도 작품이 기대를 충족시켜 주고 있을 때나 그렇지 엔딩만을 기다리는 상황에선 지루할 뿐이다.




서울로를 지나 지난번 B의 안내로 갔던 간판이 없는 비밀 사교 클럽 같은 곳을 다시 갔는데, 언덕을 오르다 잠시 헤매고 있을 때 차에 탄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올라온 것과 반대 방향으로 출발하시며 여기예요, 여기, 하곤 쿨하게 엑셀레이트를 밟아 사라지셨다. 그 근방에 젊은 애들이 올 곳이라곤 거기뿐이었던 거지.


이 센세는 지난 생일을 축하하며 선물과 카드를 주었는데, 카드에 담긴 마음이 너무 간지러워 매일 밤 읽고 자야지 싶었다. 대학 때는 무뚝뚝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학기즈음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부터 이 센세가 자꾸 표현하기 시작하더라고. 나는 그게 못내 좋았고. 다정한 이 센세. 나는 이 관계를 평생 붙잡고 늘어져야지. 질척.



'DAILY 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스토리  (0) 2018.07.11
여름밤, 아이스크림  (0) 2018.07.10
어제 오늘의 걸음, 그제의 꿈  (0) 2018.07.07
퍼스 미드나잇  (0) 2018.07.04
드로잉 수업 ; 얘들아 미안해  (0) 2018.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