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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그래도 되는 직업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다

KNACKHEE 2023. 4. 28. 19:45

 

하루 종일 서서 일했고 다리가 너무 아파서 지하철 역으로 가다가 송도로 가는 버스가 보이길래 일단 탔다. 30분을 더 돌아 가더라도 당장 앉는 게 우선이었다. 버스 안에서 언젠가 이우성 시인이 회사를 차리고 후배를 채용한 후에, 이미 이전 직장에서 갈릴 대로 갈려서 지친 얼굴을 한 후배가 자신은 무슨 일을 하면 되느냐고 묻자 일단 쉬라,고 했다던 맥락의 일화가 떠올랐다. 이어서, 갈리는 것도 자기가 하는 일에 욕심이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 욕심이 없는 사람은 잘 갈리지도 않는다. 애초에 갈릴 수 있는 재질이 아닌 거지. 그러니까 더 나쁜 거다. 진심인 사람들을 이용하고 갈아버리는 거니까.

 

위버스 문빈&산하 커뮤니키 종료 알림이 떴다. 위버스가 포털 사이트의 카페 기능보다 사용이 편리한 건 맞지만, 이런 플랫폼은 서버 용량 자체가 돈이니까. 추모하고 추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이렇게 종료를 해버리네 싶어서 좀 겁이 났다. 이렇게나 일방적이라니. 인근에 온 김에 추모 공간에 가보려고 했으나 해당 공간은 22일로 종료가 됐고 5월 1일부터 새로운 공간에서 추모를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했다. 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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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는 직업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다. 비단 엔터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만들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직업을, 분야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적인 업무량을 견디는 게 당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의 많은 부분이 사람들의 입에 함부로 오르내리는 걸 감내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래를 생각할 수 없게 하는 임금이 자본주의 사회라는 당위성에 고민 없이 어쩔 수 없음으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되는 게 어디 있어. 어떻게 해도 지금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모든 환경에 대해 제도적이고 인간적인 고민과 해결이 자주 순환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고통이 극복의 대상에만 머물지 않기를, 실수를 해도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희망이라는 단어가 더는 낭만적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