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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DREAM

지도 만들기,

KNACKHEE 2012. 12. 21. 17:29

 

 

 

 

  중간고사 이후 <생각하기와 드로잉> 첫 번째 과제는 학교 안과 회기역까지를 범주로 나만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잡은 컨셉은 나만의 ‘체감’ 지도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조금 이해가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정문에서 문과대까지와 정문에서 미대까지는 같은 언덕길이고 심지어 미대가 조금 더 멀기도 하다. 하지만 문과대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내가 체감을 하는 길이는, 정문에서 미대까지보다 정문에서 문과대까지의 길이가 가장 고되고 멀고 힘들다.

  지도의 컨셉을 잡은 뒤에는 지도의 폼(form)을 고민했다. 일반적인 지도의 형식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이 무언가를 체감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시간’이라는 것에 착안해서 지도의 폼을 ‘시계’로 잡았다. 중심에 있는 시계바늘들이 놓인 곳이 내 마음이 되고, 학교 안에서 선정한 12개의 건물에 각각의 번호를 부여한 뒤 내가 느끼는 거리만큼 중심에서 시계의 숫자를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처음에는 중구난방으로 배열을 했는데 수업 시간의 피드백을 통해 시계라는 매체의 속성을 좀 더 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수긍하게 되어 숫자의 배열순서는 바꾸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 또한 나타내고 싶어 숫자들 사이의 간격도 지키지 않았었지만 그 역시 시계의 속성을 너무 벗어나는 것이기에 약간의 균일성을 주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숫자에 ‘빈도’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가장 자주 지나치게 되는 곳을 1로 잡고 가장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12로 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시계 바늘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고민을 해 보았다. 시계 바늘은 시침을 그 날의 행복 지수, 분침을 그 날의 슬픔 지수, 초침을 그 날의 바쁨 지수 등의 그 날의 감정 등을 표시하는 데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유동적이고 매일 매일, 아니 일 분 사이에도 수십 번 바뀌기 때문에 이 숫자들을 벽 등에 붙일 때는 재 접착이 가능한 테이프를 사용했다. 이 과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비교적 넓은 공간이 필요해 숫자 하나하나 마다 어느 건물을 나타내는지 왜 그런 거리가 나오는지 등을 설명하면서 숫자들을 붙여 나가는 일종의 퍼포먼스적인 발표를 했다. 만약 이것을 넓은 고정된 공간에 붙여 놓아야 하는 경우라면 옆에 숫자들이 각각 어느 건물을 표시하고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설명문 정도를 붙여놓을 수 있겠다.

 

  내가 부여한 빈도의 숫자와 건물을 매치시켜보면 이렇다. [1=교시탑 / 2=정문 / 3=문과대 / 4=중앙도서관 / 5=학생회관 / 6=호텔관광대 / 7=네오르네상스관 / 8=청운관 / 9=본관 / 10=크라운관 / 11=미대 / 12=정경대] 그리고 이 사진을 찍은 날은 바로 방학 2일 째인 오늘이기 때문에 행복 지수의 시침은 11에, 슬픔 지수의 분침은 1에 놓았다. 지필고사는 끝났지만 아직 과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바쁨 지수는 6에 놓았다.

 

  이 과제를 하면서는 과제를 하는 과정 보다 과제를 보여주는 그 순간이 더 재밌었고 피드백이라는 것이 들어와 내가 이 과제를 다시 한 번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작업을 하면서도 발표를 하면서도 그리고 발표를 하고 나서도 여러모로 재밌었던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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