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뜨문뜨문 비 본문
요즘 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타인의 기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계기는 잘 모르겠는데, 어째서인지 이걸 좀 잘 해내고 있다. 상대의 얼굴에 드러난 기분을 살피느라 초조해하지 않는다. 사실 실체조차 없는 기대들인데 괜히 스스로 그 짐을 지울 때가 있고, 그래서 어려운 관계들이 있다. 은경이와의 관계도 그 중 하나였는데 오늘의 만남은 아무 생각 없이 편했다. 은경이는 계속해서 '꿈, 무의식, 영전 존재, 사후세계'에 대해 작업하다가 최근 우연한 경험으로 '일상'을 주제로 작업의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대학원을 한 학기 남겨둔 상태에서 내리기엔 힘든 결정이었지만, 가장 처음 미술을 하고 싶었던 이유로 돌아간 것도, 이전의 주제로 작업할 때보다 나쁜 꿈을 덜 꾸는 것도 좋아 주저없이 결정하고 교수님께도 말씀드렸다고 했다. 야무지고 똑똑하니까 좋은 마무리를 해 낼 테다. 은경이는 얼마 전 있었던 자신의 합동 전시 도록 뒷편에 편지를 써 내게 건넸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읽다가 생각지도 못한 말이 적혀 있어서 놀랐다. 아이는 자신이 지금은 하나님과 좀 멀어져 있어서 길을 걷다가도 이 아슬아슬한 삶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올 때가 있는데, 그래도 나를 생각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통로 같고 연결고리 같아서 주님께 감사하다,고 적었다. 올해 받은 문장들 중에 가장 최고의 것이었다. 동시에 내 의로 욕심내지 말자,고 생각했다. 오버하지 말아야지. 더 감사하면서 침착하게 기도를 해야지. 그게 서로에게 가장 최고의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