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다음주부터 나올래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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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면서도 마음이 어수선했다. 대표님의 이력이 탄탄해서 저런 분을 사수로 두고 싶다는 마음과 거리가 멀어서 된다고 해도 어떻게 다니나 싶은 마음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갔더니, 보내준 포트폴리오 보니까 그 정도면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고 사람은 겪어봐야 하는 거 아니겠냐며 날 아예 다니게 할 생각으로 불렀다고 했다. 출근하게 된다면 언제부터 할 수 있냐기에 다음주부터 나올 수 있다고 했더니, 그럼 다음주부터 나올래요? 해서 네! 했다. 착. 착. 착. 착. 대표님의 편안하고 깔끔한 태도가 좋았고, 사무실에 들어 섰을 때 느껴진 환한 느낌이 좋았다. 거리는 여전히 걱정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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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이 길이 안 막혀서 약속 시간보다 무척 일찍 옆동네에 도착하게 됐다. 만나기로 한 곳 바로 옆이 센트럴파크라서 산책을 좀 할까 했으나, 해가 너무 쨍쨍해서 포기하고 카페에 안착했다. 조명도 좋고, 읽고 싶었는데 시기를 놓쳐 사지 못한 지난달의 어라운드도 비치돼 있어서 멋진 곳이라고 생각했다. 커다란 유리창을 통과해 들어온 햇볕은 공기중에 작고 희미한 무지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저녁즈음 만난 민수와는 피자와 떡볶이를 함께 파는 곳에 갔다. 며칠 전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몇 년 만에 호주에 유학가 있는 민수에게 얼굴책으로 채팅을 걸었었다. 군대 때문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몇 달 전에 제대를 하고 이번주 금요일에 다시 호주로 돌아간다기에 그럼 가기 전에 날 보고 가라고 채근했다. 근 5년 만에 성사된 만남. 그런데 우리는 지난 주에 만났던 것처럼 웃고 떠들었다. 유학생 장사를 하는 호주의 엄청난 학비에 놀라고 군대에서 배워왔다는 민수의 핵소름, 이란 말에 소름이 돋았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민수는 정말 여자친구 같다. 헤어질 무렵, 요즘 고양이가 너무 좋아서 어쩔줄 모르겠다는 말을 했더니 내게 고양이를 닮았다고 했다. 나는 난생 처음 듣는 말이라 뭔소리야, 하고 받아쳤는데 닮았다길래 고맙다- 했다. 어떤 고양이를 상상한 건가 싶었지만 상처받을 것 같아서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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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때문인지 기울어져 있었다. 집으로 가는 언덕을 오르면서 내일은 가래떡을 사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찐득찐득한 떡의 식감이 벌써부터 입안에 고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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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어제의 정류장. 샤샤샤,의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