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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 본문


설을 앞두고 오전 근무만 하게 됐는데 오후에 디자인 실장님 미팅이 있어서 연남동을 어슬렁거렸다. 한낮의 연남동 반지하의 작은 카페에는 손님이 없었다. 주인의 동생인 듯한 남자애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그 풍경이 무척 평화로웠다. 실장님께서는 함께 먹으려 사왔다며 피오니 케이크를 내어주셨다.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피오니니까.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고 들러서는 밴드만 세 통 샀다. 밴드 자체는 타타가 예쁘고 피자는 슈키에 그려져 있고 알제이는 주황색이 말도 안 되게 예쁘게 빠져서 밴드 덕후는 어떤 것도 놓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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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사에서 일잘러로 소문이 자자해서 혼자 흠모하던 과장님이 있다. 그분은 나보다 먼저 그곳을 그만두셨고 나는 1년 내내 겨우 말 한 번 해봤던 과장님께 퇴사 인사를 핑계로 질척였다. 그 뒤에도 뜬금없이 연락을 했고 지난번엔 만나달라고 조르기까지 해서 드디어 오늘 만났다. 사실 어색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둘 다 사회인 스킬이 쌓여서인지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과장님은 다음을 이야기했고 나는 그럼 또 질척여보겠다고 했다. 나는 왜인지 과장님께 언제부터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갖게 됐는지 물었고 과장님은 뜻밖에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주셨다. 이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한참 동안 서로 엄마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게 했다. 그리고 과장님 덕분에 내가 그 여자한테 당했던 일과 '가스라이팅'이란 단어를 연결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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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서 카페에선 평소 잘 마시지 않는 아아를 주문했는데 아메리카노 주문 고객을 대상으로 뽑기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별 고민 없이 맨 윗줄에서 아무거나 뽑았는데 데일리 키트에 당첨됐다. 그게 BT21문구류 세트인 건 받고 나서야 알았다. 뜬금없이 발휘된 당첨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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