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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감정 쓰레기

KNACKHEE 2016. 3. 2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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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만 하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그럼에도 쓰고 싶었다가 그럼에도 쓰고 싶지 않았다. 애증이다. 이 마음은 결국 또 어떤 모양새로든 변하겠지만 일단 지금은. 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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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 대안이 없어서 그걸 묻는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나도 그걸 모르겠는데 뭘 어쩌라는 거냐고. 엄마는 그럼 그렇게 말하라고, 너도 네가 뭘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상태니까 좀 기다려 달라고 말하라고, 그렇게 내지르면서 좀 내버려두란 식으로 대응하는 건 제발 그만두라고 했다. 불편한 대화도 필요하면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심의 끝을 달리고 있다. 나는 대화하는 법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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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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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에서 무언가 집중해야 할 것이 생겨서 그 외의 것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그 정리 대상에 내가 포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많이 포함돼 있는 것 같아서 그렇다. 직접적으로 듣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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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친구랑 전화하면서 아담과 하와를 탓하다가 아, 하고 깨달았다. 그들이 아니어도 인간 중 누군가는 반드시 그 죄를 저질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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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쨌든 당장 돈을 벌어야 하니, 하고 싶은 일 말고 직업으로의 일을 찾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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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관계들이 있다. 이제까지는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어제의 통화를 통해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언제든지 아주 쉽게 내가 사용한 단어 하나, 완성한 문장 하나 만으로도 나를 한심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릴 여지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들 앞에 있을 때 나는 자주 판단 받는 느낌을 느끼곤 했다. 한심해지고 싶지 않아서 그들과의 만남 혹은 대화가 불편했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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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오만해서 그렇다. 오만해서 마음이 불편하고 삶이 불행하다. 요즘 문득 문득 과거의 기억들이 지금에 끼어들어 나를 부끄럽게 한다. 대개 나의 오만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내가 뭐라고. 내까짓 게 뭐라고.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그런 눈빛을 지었는지. 나는 너무 부끄럽다. 삶은 오만과의 사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질 않는다. 그래서 쉽사리 열패감에 휩싸이고 쉽사리 오만 덩어리가 된다.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삶을 살고 있다. 겸허하고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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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에서도 들었지만, 내 의지는 신뢰할 수 없다. 특히 나의 의지라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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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누군가는 자신의 의지를 고취시켜준다며 좋아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비속어 표현을 빌리자면, 극혐. 싸구려 동기부여라고 생각한다, 그런 거. 그 저자는 너를 모른다. 네 삶을 생각해 줄 의지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그저 자신이 생각했을 때 자신의 인생이 세상에 내놓아도 꽤 괜찮은 것 같으니 그 자부심에 도취돼 위로 혹은 당신을 위한 독설로 잘 포장된 무언가를 내놓았을 뿐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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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자. 나는 지금 다시 사회로 나갈 용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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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구르기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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