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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이케

KNACKHEE 2016. 3. 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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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유로 쿠랑 이케아를 세 바퀴나 돌았다. 이케아는 딱 그 값만큼의 가구와 딱 그 값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특히 음식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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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 한참 걸었더니 무척 피곤해져서 참석하려고 마음먹었던 예배에 대한 갈등이 생겼다. 못 가겠어, 라고 말했다가 이내 그래도 가야지, 하고 내뱉곤 갔다. 예배까지 시간이 남아서 교회 근처 카페에서 엄마가 맡긴 일을 조금 했다. 이 카페는 아늑한 느낌이라 좋고, 특히 주문한 음료와 디저트가 담겨 나오는 트레이가 스뎅이라 좋다.

지금의 교회에 출석하고 나서 처음으로 참석한 기도회였는데 일반적으로 내가 경험했던 기도회와는 느낌이나 구성이 많이 달랐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조용했으며 찬송을 부르다 읽어 주시는 말씀을 듣고 침묵 기도를 했다. 이 패턴을 두 번 반복하고 예배가 끝났다. 쏟아내는 기도가 아니라 교감하는 기도의 느낌이라 무척 좋았다.

기도 중에 머릿속에 이런 그림이 그려졌다. 주님 앞에 마음을 꺼내서 펼쳐놓는다. 마치 보자기로 잔뜩 싸매 놓았던 것을 풀어놓듯이. 풀어놓은 마음들은 더럽고 악취가 난다. 더러는 마음에 너무 깊이 뿌리박혀 빠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주님은 그 불결한 것들을 당신의 못자국난 손으로 어루만져 주시고 그것들은 녹아 없어진다. 그것들이 사라져 깨끗해진 자리에는 주님 자신이 자리하신다. 하지만 마음에는 또 더러운 것들이 쌓이기 시작하고, 주님께서 기거할 자리는 점점 작아진다. 그분의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때로는 분노하시기도 한다. 마음의 주인은 또다시 바닥에 누워 일어나지 못한다. 어둠에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주님은 다시 팔을 걷어부치시고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고 선한 것들로 채워주신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 일으켜주신다. 그만 뺏어야지, 그분의 자리. 아니, 개념 자체가 달라져야지. 원래 그 마음의 주인이 그분이신데.

 

 

 

+) 쿠가 찍어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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