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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 걸스

KNACKHEE 2016. 3. 26. 21:11

 

서너 번의 시도와 시도 만큼의 실패를 경험하고 난 뒤에야 드래곤 레드를 볼 위에 알맞게 발색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선배는 연극도 보고 밥도 먹고 차도 거의 다 마셔갈 즈음에 볼터치를 한 거냐고 물었다. 내내 궁금했다는 듯이. 그렇다고 했더니, 더운 건 줄 알았단다. 레드 블러셔를 마스터하려면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여하튼. 이게 얼마만이지,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연극을 봤다. 김영하 아저씨 책을 원작으로 한 빛의 제국을 보고 싶었으나 매진이어서 선배가 일전에 재밌게 봤다던 김수로 아저씨 극단의 연극으로 우회했다. 연극은 즐거웠는데, 어쩐지 내가 내내 무대 위에서 성대를 긁어 소리를 내고 헤드뱅잉을 한 것처럼 심신이 피곤했다.

발 길 닿는 대로 걷다 들어간 일본 음식점은 무척 훌륭했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카페를 찾기가 어려워 그럼 프랜차이즈 중에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곳에 가자,고 해서 그냥 눈 앞에 있는 것으로 골라 들어간 할리스는 사람이 북적대긴 했지만 조명이 훌륭했다. 그곳에 앉아 나눈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인 건 복음에 관한 것이었다. 복음은 단순히 하나님을 아는 것이 아니다. 복음을 통해 하나님을 알았다면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은 요즘 훈련 프로그램들에 좀 회의적이며, 자신이 얼마나 하나님 앞에 순종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실은 그게 본질이 아니겠냐며. 그리고 원수같은 사람을 놓고, 정말 하기 싫지만 성경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하나님, 저 정말 저 사람 축복하고 싶지 않은데, 주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으니까 합니다. 하긴 하는데 정말 마음이 움직이진 않습니다./ 하고 기도했을 때, 그 원수 같던 상대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이야기해줬다. 맙소사. 그렇지만 나는 아직 못 하겠다고 했다. 나는 식스가 꼭 망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괴롭다. 성경에 분명히 명시된 것과 전혀 반대의 마음을 갖고 무슨 기도를 하겠다는 건지 스스로 어이가 없다. 심판은 내 몫이 아니라 그분의 몫인데. 선배와 같은 방법으로라도 시도를 해 봐야 하는 건가 싶었다.

이 선배를 동아리에서 부르던 명칭으로 부르다가 굳이 선배로 명칭을 바꿨다가 또 그게 잘 쓰지 않는 말이지 않냐는 말에 굳이 오빠로 명칭을 바꿔놨는데, 아직 한 번도 부르질 못했다. 괜히 주어를 생략하고 부르게 되고. 쩜쩜. 주변에 딱히 오빠라고 부를 사람이 없어서 오빠란 명칭이 그렇게 입에 안 붙을 수가 없다. 주로 한 살 위의 오빠들을 오빠라고 하지 않고 별명으로 부른다고 했더니 내게 악하다,고 했다가 오빠 같아야 오빠라고 부르지 않겠냐,는 반박에 그건 인정,이라며 수긍했다. 그리고는 놀리듯이 어쨌든 빨리 오늘 만난 김에 오빠라고 불러 보라고 재촉했는데 결국 못 했다. 으아. 진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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