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Bossanova,

글로리데이 본문

DAILY LOG

글로리데이

KNACKHEE 2016. 3. 28. 21:43

 

 

결국 모두 악이었다. 스무 살 아이들이 처음 자신의 의지로 나간 세상에서 마주한 것은 모두 악이었다. 가정적, 사회적 배경으로 사람의 존귀를 논하고, 계급을 나누고, 베푼 선은(그 방법이 썩 좋진 않았을지라도) 누군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남용된 누군가의 권력에 의해 악으로 돌아온다. 그 악 앞에서 아이들은 두렵다. 가장 의로워보이는 아이 역시. 두렵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인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만 있었다면, 그 아이에겐 또 다른 종류의 두려움이 혼재해 있다. 결국 악을 두려워하는 마음에 무너져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아이는 악으로 물든 세계를 이기지 못한다. 온몸으로 부딪쳐 입술이 터지고 얼굴에 생채기가 생겼지만, 그것들 역시 시간이 지나 말끔하게 아문다. 아물었을까, 정말. 곪았겠지, 보이지 않게, 속으로. 아이는 계속해서 그런 세상과 마주할 테고, 자괴감에 빠져 홀로 괴로워하는 밤들이 많아질 테지. 아이는 그렇게 반쪽짜리 어른이 되겠지. 그 시간에 두고 온 반쪽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신을 용서하는 일은 언뜻 쉬워 보이지만, 실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벌컥벌컥 찾아와 괴롭히곤 하니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반쪽짜리 인간이면서 온전한 괴물일지 모른다.

 

 

/
별개로. 극 초반부에 인디언 보조개를 뽐내며 주르미처럼 해맑게 웃던 류오빠는 귀여웠다. 자리 펴고 앓아야지. 끙끙.

 

 

'DAILY 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6.03.31
160327_이번 주 말씀  (0) 2016.03.29
160320_이번 주 말씀  (0) 2016.03.26
헤비메탈 걸스  (0) 2016.03.26
성금요일  (0) 2016.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