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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

KNACKHEE 2016. 4. 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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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제본소에 가서 교정을 봤다. 치열하지 않은 현장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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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이 오피스텔 같은 곳이라서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있는데, 권사님st의 아주머니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됐다. 아주머니가 나에 대해 궁금해 하시길래 묻는 말들에 대답해드렸다. 아주머니는 내게 밖에 활짝 핀 목련처럼 복스럽게 예쁘다고 해주셨다. 기분이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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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에 도착해서는 괜히 잼이 사고 싶어서 무설탕 잼을 파는 가게에 들어갔다. 얼그레이와 무화과를 양손에 들고 고민하다가 얼그레이를 골랐다. 그리고는 훈훈한 주인 오빠에게 괜히 물었다. 잼이 달지 않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 굳이. 설탕이 안 들어갔으면 달지 않아요? 하고. 훈훈한 주인 오빠는 설탕 대신 과일 등에서 얻은 천연 단 맛을 내는 요소를 사용해 달다,고 설명해줬다. 계산을 하면서는 팁이라며 따땃한 우유에 잼을 풀면 밀크티로 즐길 수도 있다고 했다.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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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하고 엄마네 회사 쪽으로 넘어가서 엄마의 퇴근을 기다리다가,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 봉구비어에 들어가 감자감자를 주문했다. 초저녁이어서인지 금요일임에도 사람이 없었다. 사장님과 둘만 있는 공간에 적막이 흐르는 게 어색해 괜히 감자를 튀기는 사장님께 금요일이니까 조금만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오겠네요, 했다. 사장님은 오히려 목요일과 토요일이 피크라고 했다. 주5일제가 보편화되면서 직장인들의 휴일이 금요일 밤이 아니라 목요일 밤이 된 것 같다면서. 이어서 학생이냐고 묻기에 졸업한 지 2년이나 됐다고 했다. 아직도 학생 티가 많이 난다고 해서 마냥 좋았다. 지하철에서 아가씨, 말고 학생, 이라고 불러주면 좋다고 고백했더니 나이에 상관없이 어려보이는 건 좋은 건가 보다며 웃으셨다. 무슨 일을 하냐기에 얼마 전까지 잡지사에 있다가 오늘부터는 출판사로 출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사장님은 자신은 낮엔 외국어 출판사를 운영하고 계시다며 내게 편집자가 여자가 하기에 꽤 괜찮은 직업임을 어필하셨다. 그리고는 꼭 인디자인을 배우라는 조언도 덧붙이셨다. 나는 꼭 배우겠다며 주문했던 감자를 받아들고 가게를 나왔다. 배워야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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