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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김 센세

KNACKHEE 2017. 5. 20. 23:59

 

고등학교 때 친구를 지칭하며 십년지기, 란 말을 쓸 수 있는 나이가 됐다. 김 센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기쁘다. 우린 배부르게 먹고 오래 걷고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을 좋은 날들의 나들이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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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김 센세와 일여 년 만에 다시 연락을 주고받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내 고등학교 생활의 육할을 차지하고 있는 김 센세에게 보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고 우리는 고기를 먹고 노래방을 갔던 게 재작년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다 같이 약속을 잡기 전에 둘이 먼저 보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오랜 산책까지 했음에도 헤어지기가 아쉬워 편의점에서 병맥과 캔맥을 하나씩 사서 넘으 집 아파트 공원에 앉아서는 복숭아 맛 젤리를 안주 삼아 맥주를 홀짝였다. 김 센세는 자신의 교육관만은 타협하고 싶지 않은데 나이가 든 선생님들은 자신에게 적당히 하라고들 한다고 했다. 이 센세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던 생각이 났다. 김 센세는 3년간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을 가르치다 올해 잘 사는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다. 둘의 차이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확연했다.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은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대하고 혼이 나는 게 당연했고 그 일로 선생님이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잘 사는 동네의 아이들은 선생님은 그저 자신을 예뻐해 줘야 하는 어른 중 한 명으로 대할 뿐이고 잘못을 해서 조금이라도 혼을 내면 바로 학부모의 항의 전화가 온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의 수가 확연히 적은 것도 차이였다.

 

아이들은 같은 교육을 받지만 사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전혀 평등하지 않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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